[뉴스핌=김사헌 기자]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정치외교상의 변화와 더불어 경제적인 충격을 받기 쉬운 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함께 보류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개성공단과 더불어 금강산 관광이라는 이른바 '달러 박스'가 절실해졌다는 것인데, 그렇게 된 저간의 경제적 사정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 경제는 지난 2011년까지 몇년 사이 수출경제나 대외수지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에다 국제상품가격 상승이란 요인이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소규모 경제인 북한은 갈수록 개방화되고 달러화되어 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둔화에 충격을 받는, 매우 민감해진 상태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경제연구소(PIIE)의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은 최근 논평을 통해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간단하게 국제통화기금의 자료를 토대로 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제 금속가격 변화 및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저소득국가가 생산하는 상품가격지수와 북한의 상품수출을 비교해 보여주는데, 이들 세 가지 지표의 상관관계가 대단히 높은 것이 확인된다. 북한의 수출은 주로 1차 상품, 주로 광물자원 쪽에 집중되어 있다.
※출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
특히 북한은 2009년 이후 국제상품가격 상승을 따라 수출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11년에 고점에 도달했던 국제 상품가격이 최근까지 추락을 거듭는데, 북한의 수출은 발표가 연간으로 이루어지고 또 매우 늦기 때문에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상품가격 하락세를 따라 급격히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놀랜드 부소장은 "패턴을 볼 때 북한은 이제 중국과 세계경제의 둔화에 매우 취약해진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얼마 전까지 좋아던 북한 경제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 대외 경제관계가 매우 정치화되었고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비경제전문가라는 점에서 대외교역 부문의 변화가 외교부문에 비해 잘못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지난 2007~08년 중국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곡물수출 제한을 걸었을 때도 이것이 북한에 준 영향이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위에 소개한 차트 상으로 당시 중국의 수출금지가 북한에 미친 영향은 쉽게 확인된다.
지금 중국이 부동산거품을 억제하고 그림자금융을 잡겠다면서 경기가 둔화되는 데도 별다른 부양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나 세계경제가 불안정한 가운데 상품시장의 '수퍼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이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놀랜드 부소장은 이런 점에서 중국과 미국 그리고 유로존 중앙은행 총재들의 경기 부양 노력이 성공하는 것이 북한 지도부에게 매우 중차대한 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한국은행은 '2012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통해 2012년 북한 국내총생산(GDP)가 1.3%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농림어업이 3.9%나 증가한 반면, 광업은 0.8% 증가하는데 그쳤고, 금속광물은 0.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농림어업의 비중이 23.4%로 증가했으나 광공업은 35.9%로 0.6%포인트 비중이 줄었다. 광공업의 비중 축소는 광업의 비중 축소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규모는 68억 1000만 달러로 7.1% 늘었다. 남북교역 규모는 15.0% 늘어난 19.7억 달러에 달했으며, 개성공단을 통한 반출입이 전체의 99.5%를 차지했다.
※출처: 한국은행 |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12년 북한 1인당 명목 GDP 추정' 자료에서 북중 교역이 2012년 59.3억 달러로 5.4% 증가했으며 대중국 수출액이 24.9억 달러로 0.9%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수입액이 34.5억 달러로 8.9% 증가해 대중국 무역수지가 9.6억 달러 적자로 37%나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2년 북한의 1인당 명목 GDP가 783달러로 2011년보다 63달러 증가했지만, 1987년에 기록한 986달러의 기록 이후 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