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못하는 국내사 + 매수기반 약화 탓
[뉴스핌=백현지 기자]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국내 증시의 대표주들이 줄줄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의 급락을 불러온 JP모건 보고서를 시작으로 모건스탠리,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부정적 리포트를 내놓을 때마다 대형주가 충격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를 두 가지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계와 달리 매도 의견 등 부정적 리포트를 내지 못해 희소성이 커졌고, 투자심리가 취약해 부정적 리포트로 인해 나오는 매물을 받아줄 매수세력이 없어 주가 하락폭이 커졌다 것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JP모간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낮춘 보고서를 발표한 날 삼성전자 주가는 6%대 추락했다. 이어 UBS, 모건스탠리 등에서까지 삼성전자 실적 악화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122만원 선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JP모건 보고서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삼성전자 저격수'로 알려진 JP모건의 모 애널리스트는 이 리포트를 내기전까지 누구보다도 삼성전자 목표가를 높게 제시한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가장 낙관적으로 봤던 애널리스트가 하루아침에 가장 비관적으로 바뀌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라며 "시장에서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마자 이런 리포트를 냈다는 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행위이고 해당 보고서에 특별한 내용도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계 리포트의 영향력이 부쩍 커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크레디리요네(CLSA) 리포트가 지난 2일 발표되자 3만1550원에 달하던 주가는 전날 종가기준 2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모간스탠리가 지난 29일 현대제철의 주당순이익(EPS)추청치를 하향 조정하자 주가는 2.56% 하락했다.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사태 이후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약발이 먹히고 있는 것도 일종의 흐름”이라며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에 따라 그날그날 증시가 달라지는 매수기반이 약한 국내 증시와도 무관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