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초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일부 투자가들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의장 역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거듭 경고하고 나섰지만 벤 버냉키 의장이 주도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양적완화(QE)에도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 수준인 2.0%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며 자신 있게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지금부터라고 시장 전문가는 주장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시기와 때를 같이 해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상승할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얘기다.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원을 지낸 누빈 애셋 매니지먼트의 키스 헴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저조한 흐름을 유지했고, 앞으로도 통제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연준의 정책이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평가는 지금부터”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본격화되는 상황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에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역시 인플레이션을 고조시킬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꼽힌다. 세 차례의 QE를 추진하는 사이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3조6500억달러로 불어났다.
일부에서는 대차대조표가 커다란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연준의 장부에 유입된 자금이 금융시장에 밀물을 이루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통했던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미국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질타를 받은 것처럼 버냉키 의장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주장이다.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지금까지 상승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리스크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이 두 가지 측면에서 중차대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며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장기간 대규모로 단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와 출구전략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타당성 있는 것이었는지 여부가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는 “차기 연준 의장의 중차대한 임무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