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전셋값에 눈높이 낮아져..사업속도 더딘 점도 이유
[뉴스핌=이동훈 기자] 낡고 오래된 재건축 추진아파트가 전세난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노후화된 탓에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엔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몰려 가격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요 재건축 추진아파트의 전셋값이 1달새 1000만원 넘게 뛰었다. 이들 단지들은 생활여건이 다소 불편해 전셋값 변동률이 거의 없는 게 일반적이다.
강남 개포동 주공2단지의 전용면적 71㎡는 지난달 2억원에서 이달엔 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한달새 최고 2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지난해 7월에도 전셋값이 1억9000만~2억원선에서 움직일 정도로 이 단지는 가격 변동이 적었던 곳이다.
인근 부동산광장 공인중개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신혼부부 및 교육 수요가 꾸준히 유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변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엔 눈높이를 낮춘 전세 세입자들이 많이 찾아 전셋값 변동률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승한 전셋값을 감당 못하는 기존 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거나 일부 월세로 돌려 거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전셋값이 크게 뛴 개포주공2단지 모습 |
강동 둔촌동 주공1단지의 전용 79㎡는 지난달 1억6000만원에서 이달엔 1억85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전셋값 폭등에 준공된 지 34년된 아파트도 가격선이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생활여건이 양호한 재건축 단지는 가격이 더 뛰었다. 같은 기간 잠실 주공5단지의 전용 82㎡는 2억8500만원에서 최고 4500만원 오른 3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주택형이 지난해 8월 2억4000만~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것과 비교하면 1년새 1억원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재건축아파트들이 사업 속도가 느려진 점도 세입자 유입이 늘어난 한 이유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재건축단지는 사업 진행속도에 따라 계약 만기 전에도 세입자가 집을 비워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세입자 입장에선 싼 가격에 오래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 인근 P공인중개소 실장은 “재건축 사업이 장기화되고 있어 전세 세입자들이 단기간에 이주해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30% 안팎에 불과했으나 사업이 늦어질수록 이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