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도급 논란①] 중소기업 몰락 부추긴다
[뉴스핌=이강혁 기자] #. 대기업과 아웃소싱 협력사, 그 협력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가 답답하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대기업과 협력사는 고용 현실이나 법적으로나 문제가 없는 데 왜 시비를 거느냐며 답답해 한다.
협력사 직원들은 원청인 대기업으로부터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모두가 답답해 하는 이 문제는 법적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법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만만치 않은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서비스(주)를 둘러싼 불법파견·위장도급 논란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논란은 지난 6월 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협력업체는 '짝퉁 을(乙)', 협력업체 사장은 '바지사장'이라면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실체가 없는 협력업체를 설립해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해 일파만파 확대됐다.
은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특별점검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6월부터 두 달에 걸쳐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집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르면 금주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혼란을 정리할 첫번째 판단이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든 제조·서비스업계와 노동계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불법파견·위장도급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근로자파견으로 인정될 경우 동일한 직종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삼성전자서비스 입장에서는 1만명에 달하는 협력사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만약 수리기사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하면 그만큼의 비용부담은 자연스럽게 제품가격과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재계로서도 도급계약으로 제품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다른 대기업에게 비슷한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고민이 깊다. 유사한 형태의 방문서비스 및 프랜차이즈 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위협받게 된 것이고, 근로자는 대기업의 직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경영계가 가만히 앉아서 불법적인 파견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노동계도 반대의 결론이라면 줄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협력사 수리기사 개개인의 소송제기는 물론 노동계의 사안별 맞춤형 소송전도 예상된다.
이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수리기사들은 노동계의 지원을 받아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치권 일부가 키운 이 논란은 사실 모순투성이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한다고 질타하던 정치권이 이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골목상권까지 모조리 대기업이 해야한다고 등떠미는 격이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접수하면 그 폐단은 불보듯 뻔하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을 더 좋아질 수 있지만 대기업의 경영전략상 인력감축은 어쩔수없는 현실이다. 대기업과 거래하던 중소기업의 몰락은 당연한 결과다.
실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장들은 이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동네 전파사에서 시작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아 협력사로 성장했지만 불법파견, 위장도급의 결론에 이르면 파산에 직면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협력사의 사장은 "멀쩡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바지사장'이라는 표현은 모욕에 가깝다"며 "우리는 불법파견을 위해 설립된 짝퉁기업이 아니고, 1960~70년대 전자제품을 수리하던 동네 전파사가 기업형태로 성장한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다른 협력사 사장은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협력사는 문을 닫아야 하고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 앉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청, 즉 대기업의 직접고용은 불법적인 고용형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적인 해결방안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도급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시정조치를 하면되는 문제이고, 법이 문제라면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중소기업의 직원을 대기업에 몰아주고, 중소기업은 폐업하라며 코너에 몰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 대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단순한 용역 업무는 아웃소싱을 주고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경영상식"이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부정하는 처사"라고 항변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