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불안…동양證, CMA자금 40%이상 빠져
[뉴스핌=정경환 기자] 동양그룹이 위기다. 재계 50위권의 재벌이 유동성 악화로 인해 생사의 기로를 맞으면서 시장의 관심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25일 동양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현재 기업어음(CP) 1조원, 회사채 1조원 그리고 전자단기사채 등 기타 9000억원 등 총 2조9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특히 시급한 것은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4800억원 규모의 부채인데, 이를 포함해 동양그룹은 올 연말까지 CP 7300억원, 회사채 2200억원(풋옵션 제외한 순수 만기 도래 분) 그리고 전자단기사채 25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 증권사 IB 관계자는 "CP, 회사채에 은행 차입금 등을 다 합치면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자산 매각으로 해결한다고 하나, 현 경기 상황에서 매각이 잘 될지도 의문이라 법정관리 가능성이 좀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 건설 부실 원인 웅진·STX와 유사…자구노력 박차
동양그룹의 이번 위기는 동양레저·시멘트·레미콘 등 건설사업부문의 부실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이나 STX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면서 "부동산 불황에 건설이 무너진 가운데 2008년 리먼사태가 결정타가 된 꼴"이라고 말했다.
앞서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인수 부담, STX그룹 역시 STX건설 부실에 조선업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결국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에 동양그룹에서는 동양파워 등 핵심 계열사 매각과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자매그룹인 오리온이 지원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지난 24일 동양그룹은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아온 동양파워 전량 매각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와 더불어 오너 일가 가운데 동양그룹 창업주의 미망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동양네트웍스에 대여했던 오리온 주식 15만9000주(2.66%)를 아예 증여키로 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아직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위기 타개를 위해 매각 방법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여러 방안들을 논의 중에 있으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 시장 우려 잦아들까…주가 반등
동양그룹의 이 같은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시장의 우려가 썩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그룹 내 대표적 금융 계열사인 동양증권과 동양생명에서는 고객 이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동양증권 내 이탈 자금이 약 3조4000억원으로 잡히고 있다"면서 "이탈 자금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CMA 자금이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양증권의 CMA 총액이 약 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며칠 새 약 43%가 빠져나간 것.
동양증권 관계자는 "영업지점으로 고객들의 방문 또는 문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어제보다는 다소 진정되고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5분 현재 동양그룹 계열사 주가는 전날 동양그룹 금융 계열사는 안전하다는 금융당국의 발언 등에 힙입어 일제히 반등 중이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