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디폴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카드가 없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의회의 협상 결렬 시 미국 경제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의회의 승인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출처:AP/뉴시스) |
먼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해석을 내릴 경우 한도를 웃돌아도 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이른바 14차 개헌과 관련된 모호한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의회의 협상 타결과 무관하게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악관 측은 의회의 협상 타결만이 디폴트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와 경제 석학들은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석이 아닌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징수와 재정 지출 및 차입 등 정부의 살림살이에 관한 권한을 의회가 쥔 것이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권련 법의 충실한 이행을 책임지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의회가 끝내 부채한도를 증액하지 않을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권한으로 차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다.
시카고 대학의 에릭 포스너 법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에게는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동원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져 있다”며 “어떤 문제나 이견도 국가를 위기로부터 보호하는 것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닐 부캐넌 법학과 교수 역시 “부채한도 협상이 무산돼 오바마 대통령이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증세를 단행하거나 예산 삭감을 단행한다면 현행 헌법에 더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며 “백악관은 헌법 위배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대통령의 권한으로 차입을 단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전현직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돌파구는 14차 개헌의 적극적인 해석 및 적용이다.
시민전쟁과 관련된 부채를 상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4차 조항을 공격적으로 적용할 경우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 부채한도를 늘리는 카드를 동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비전통적 방법을 놓고 학계와 정치인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디폴트 위기가 닥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피터 셰인 법학과 교수는 “의회가 시한까지 부채한도 증액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든 헌법에 부합하는 전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