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이사회 규정 개정 시급"
[뉴스핌=노희준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이사회가 장기간 사외이사가 공석인 채로 운영되고 그마저도 제대로 열리지 않아 '식물 이사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은은 올해 두 명의 사외이사를 임명하지 않은 채 10개월간 이사회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은은 사외이사 가운데 2인의 임기가 올해 1월 31일로 만료됐지만, 이 사외이사 2인의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사외이사는 은행장의 제청에 의해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면하도록 규정돼 있다.
수은 이사회는 행장과 전무이사, 이사로 구성되나 각각의 정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 때문에 김용환 행장은 취임 이후 상임이사는 추가로 임명하면서도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공석으로 비워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독해야할 최소한의 장치인 이사회를 무력화시켰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 사외이사 2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수은 이사회는 안건으로 올라온 의결·보고 사안 모두를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때 통과된 안건 중에는 보수 및 복지관련 제·개정권자를 경영위원회에서 이사회로 상향하는 건, 일상감사를 사전감사로 일원화 하는 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이사회마저도 올해 16번 개최됐지만, 현장에서 정식으로 개최된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문서로 대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 역시 불법은 아니다. 이사회 규정에서는 은행장의 재량에 따라 문서로도 의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문서로 대체되는 이사회는 사실상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게 박 의원 판단이다. 실제 2010년~2012년까지 문서로 대체된 이사회에서는 수정돼 의결·보고된 안건이 단 한건도 없다.
박원석 의원은 "현행 수은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는 사외이사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그 취지를 명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며 "의결 및 이사회 개최 문서 대체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을 명확히 개정해 수은 이사회가 식물이사회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