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늘려 유동성 단기 해결..향후 부실화 위험성은 고조
[뉴스핌=이동훈 기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및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빠진 건설사들이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차입금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차입금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자산에 비해 외부에서 돈을 많이 빌려다 쓴다는 뜻이다.
차입금이 증가하면 이자 및 부채비율이 높아져 기업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기업을 더욱 압박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31일 부동산업계와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건설사들은 대부분 차입금 의존도가 50%를 웃돌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건실한 대형 건설사의 차입금 의존도(10~20%)와 차이가 크다.
동양건설산업은 차입금 의존도가 지난 2011년 말 36.6%에서 올 2분기 68.6%로 급증했다. 사업 부진으로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데다 건설경기 악화로 자산매각과 공사대금 회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39%에서 올 6월 기준 4283%로 4배가량 늘었다. 또 영업이익으로 금융권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정부가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축소하고 있고 해외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기록하지 못해 단기간에 유동성 위기를 타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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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이 시공한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
경남기업은 차입금 의존도가 2011년 12월 말 46.7%에서 올 2분기 기준 55.1%로 증가했다. 이 같은 유동성 악화를 이유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지 2년여 만에 재신청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 회사는 베트남 최고층 빌딩인 ‘랜드마크72’ 건물을 매각해 9000억원가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경기 악화로 몇 년간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건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총 5100억원 수준으로 하루 이자가 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벽산건설은 51.6%에서 60.0%로, 쌍용건설은 39.0%에서 43.6%로 뛰었다. 이들 건설사은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지만 선뜻 달려드는 기업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동성 위기가 고조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건설사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입금만 계속 늘고 있어서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 건설사들이 유동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신용등급 하락으로 차환도 어려워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는 자금의 규모는 계속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물과 부동산, 시공권 등을 매각해 일시적으로 자금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지만 강력한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가 없다면 부실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