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회장, 직접 연구원들 챙기면서 연구방법 제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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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이원 효성 기술원 종합연구그룹 전무(공학박사)의 말이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경쟁자들이 모두 실패한 폴리케톤 개발 및 상용화에 효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오너 경영 방식을 꼽았다.
이 전무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폴리케톤 상용화’ 기자간담회에서 개발이 가능했던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문경영인의 임기가 대개 5년 정도인데 이런 소재개발은 5년 내 될 수 없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효성은 오너가 직접 경영하니까 10년 이상 끌고 올 수 있는 원동력 됐다”며 “오너가 10년간 인내를 갖고 지원과 원조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폴리케톤은 지난 2004년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후 상용화 공장 엔지니어링 설계를 완료한 올해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폴리케톤은 효성에게 있어서 향후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고분자 신소재다.
지금까지 일본과 미국의 선진화학업체들이 상용화에 도전했지만 기술확보가 어려워 모두 상업화에 실패한 소재이기도 하다. 폴리케톤의 내화학성, 내충격성, 내마모성은 기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을 석권해온 나일론보다 훨씬 뛰어나다.
조 회장이 폴리케톤 개발을 10년이나 기다린 것도 차세대 성장동력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실제 조 회장은 폴리케톤 연구과정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고 한다.
이는 조 회장이 외환위기 당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계열사 효성BASF 등 우량계열사를 매각한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효성은 구조조정에 성공했지만 매각계약으로 인해 10년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효성 기술원 관계자는 “폴리케톤 개발이 한창 일 때, 조 회장이 연구실에 수시로 연락해 연구 폴리케톤 연구의 진척상황을 물어왔다”며 “연구가 지지부진 하면 조 회장이 직접 회장실로 연구원들을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장실로 연구원들이 찾아가며 조 회장은 칠판에 각종 화학 공식을 그려가며 “이렇게 하는건 어떻겠나”라고 다양한 제안했다고 한다.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CO)와 에틸렌, 프로필렌을 원료로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극성-비극성 물질을 합칠 수 있는 촉매제의 개발이었다. 미국·일본의 화학업체들이 상용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도 이 촉매제 개발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조 회장이 실제 화학공학 석사를 공부한 만큼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며 “불려간 것은 1년에 네댓번 정도였지만 당시 제안은 분위기 환기나 발상의 전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제 조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학교 공학 학사, 일리노이공과대학 대학원 화학공학 석사를 전공한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폴리케톤 개발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당초 고분자소재 관련 안정제에 금속염이 첨가된 식품첨가제 중 하나가 폴리케톤 가공안정성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터다.
당초 연구팀은 시간낭비라는 이유로 금속염 첨가제 적용을 반대했지만 한 연구원이 몰래 적용실험을 한 끝에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10년을 기다린 폴리케톤 연구가 본궤도에 오르던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이같은 인내는 앞으로 본격적인 수익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효성은 2015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5만톤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을 건설하고 오는 2020년까지 총 1조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효성은 향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노리고 있다.
세계 엔제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조원에서 2015년 66조원으로 연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날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세계 선진 화학회사가 개발을 도전했다가 상업화 성공 못했고 우리도 개발에 많은 난관을 겪었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성공하겠다는 열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효성은 폴리케톤 상용화 통해 소재발전에 이바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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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