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높은 건설사도 은행에서 증권으로 환승
건설업계에서 신용등급이 가장 좋은 포스코건설이 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과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은행 PF대출을 중도상환하기로 했다. 자금조달 경로를 1순위인 은행 대출에서 증권사 유동화로 갈아타는 ‘환승’을 한 것이다.
은행의 건설사 기피현상이 심해지자 증권사의 문을 두드리는 이름값 높은 건설사가 많아졌다는 평가다.
포스코건설이 중도 상환키로 한 대출은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해 미국 게일사와 3대 7 지분율로 지난 2002년 합작한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CI)가 2007년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13개 대주단으로부터 연 7%대 금리로 빌렸던 2조2000억원이다.
만기가 3년이나 남았지만 증권사 7개사가 제시한 PF 자산유동화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금 중 1조8000억원을 갚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아직 지급확약서나 대출구조는 정해진 게 없고 일부 증권사는 협의가 됐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 2조원대 포스코건설 유동화, 현대·한국·대우 ·메리츠·교보·하이투자·KB투자증권 맡기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BS는 한국투자, 현대, KDB대우증권이, ABCP는 메리츠, 교보, 하이투자, KB투자증권이 발행한다. 이밖에 추가 유도화 및 은행 대출 총 6가지의 금융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금리는 4~5%대로 은행 PF대출(7%)보다 훨씬 낮아 이자비용을 연간 수백억원씩 줄일 수 있다. 이들 증권사는 PF유동화를 위해 구조를 만들고 금리와 발행위험을 분석하는 중으로 포스코건설은 신용보강을 어떻게 할지 고심중이다. 이 모든 게 결정되면 신용평가사의 등급을 받고 발행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이 PF 유동화에 등장한 데는 2009년 이후 A2급 이상 ABCP 발행 비중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A2-급 이상의 ABCP 비중이 2007년 77%, 2009년 89%, 2010년 90%, 2011년 96%, 2012년 94%로 크게 늘었다.
신용등급이 좋았던 A1급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낮아졌고 건설사 여신 관리를 까다롭게 하는 은행으로부터 사실상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어음 등급이 최고수준인 A1급의 포스코건설마저 증권사 ABCP, ABS 문을 두들기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 신한은행 1조 대출 부담돼 증권사 유동화 길 터… 은행 건설사 기피로 더 늘어날 전망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CI)에 2조원이나 대출주선을 했고 현재 9300억원 가량 대출 잔액을 보유한 신한은행이 여신관리 부담을 갖고 포스코건설과 중도상환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대기업 여신 집중관리를 주문한 상황에서 수조원대 규모로 그것도 단일 사업장에 대한 여신을 관리하는 것은 은행으로서는 큰 위험부담을 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포스코에 중도상환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관리가 가장 까다롭다고 소문난 신한은행이 1조원대 대출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처지에서도 신한은행의 환승론 제의는 크게 손해볼 일이 아니다. 우선 2007년에 비해 시장금리가 낮아져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송도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되면서 토지, 분양, 인허가 등을 자산을 바탕으로 유동화가 가능해졌다. 이렇게 하면 재무제표에 우발채무로 계산되는 오프 밸런스(off-balance 효과)로 부채비율도 낮아진다. 또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유동화하면 되기 때문에 여윳돈을 보유함에 따른 이자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위험도 있다. 은행 대출보다 만기가 짧아져 상환위험이 커지고 신용보강을 위한 노력도 더 필요하다.
◆ 증권업계, 우량 물건 대상으로 마진 줄이는 추세
증권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의 유동화 추진이 반갑다. 한 증권사당 1000억원 규모의 유동화가 가능해 먹거리가 생겼고 우량 건설사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갈아타기 시동을 걸었다 점 때문이다.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는 은행이 건설사 대출을 축소한 2009년부터 12조9000억원(ABCP 10조1000억원, ABS 2조80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후 성장이 정체돼 2010년에는 17조9000억원 2011년 14조3000억원, 2012년 13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을 계기로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신용도가 더 높은 기업으로 자리바꿈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010년부터 증권사들이 원가(금리)와 이익을 고려해서 유동화에 나서고 있어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않고 있다”면서 “포스코건설을 계기로 증권사들이 큰 물건을 나눠서 받아가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백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