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직원 두 직급 승진, 연봉 50% 인상도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경쟁이 과당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들이 경쟁사 해외인력을 영입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
해외사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건설사가 타사 인력을 고액 연봉과 파격 승진으로 모셔가고있는 것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건설사업 인력 확충을 위해 경쟁 회사의 부차장급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까지 해외인력 빼가기는 주로 대형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만만한' 중견 건설사나 엔지니어링 업체 인력을 채용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대형 건설사간 해외전문 인력 다툼까지 생겨나고 있다.
현 건설사보다 두 직급 위 자리를 보장하면서까지 인력을 데려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이야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차장 한 명이 갑자기 퇴사하더니 2주후 경쟁 건설사 해외사업부문 이사로 옮겨 놀란 적이 있다"라며 "해외건설이 과열 경쟁 현상이 빚어지며 업체간의 물밑 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싸움이 치열한 공종은 매년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는 플랜트 공종 인력의 몸값이 높았다. 특히 가스나 발전설비 플랜트 인력은 각 건설사가 치열한 '모셔가기' 싸움을 벌일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토목분야 해외인력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대형 건설사가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철도와 장대교량 분야 인력이 '타깃'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부·차장급이 주로 이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우리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다른 회사도 1직급 승진은 물론 연봉을 50% 가량 더 주고 데려가는 경우도 봤다"며 "하도 화가 나서 우린 인력을 많이 데려간 회사에 전화를 해 항의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인력 빼가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람은 많지만 정작 쓸만한 인력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기본적인 건설 업무 소양을 갖춘 사람 가운데 언어 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우선해 뽑았다. 하지만 해외건설에 대한 회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력에 대한 눈 높이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과 같은 대형사들은 저마다 '직원 단속'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기껏 키워 온 인력이 경쟁사로 옮기면 회사의 피해는 두 배로 커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해외건설 시장에서는 파이낸싱(자금조달)이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직업 이전의 자유가 있으니 뭐라할 수는 없지만 인력 빼가기 현상이 서운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