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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국방부 전통문화 파수꾼 주대선 소령

기사입력 : 2014년01월13일 08:00

최종수정 : 2014년01월10일 16:57

 

난분분(亂紛紛) 난분분(亂紛紛) 눈이 내렸다. 따끈한 물이 컵에서 김을 뽑아냈다. 언 손을 물 컵에 대고 녹였다. 100평이 좀 넘을 것 같은 면회실엔 10여 명의 민간인들이 군인들을 기다렸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군 출신인 내가 현역 군인을 만난다는 것이 설레 일 것도 없는데 마음은 마구 뛰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군인은 국방부 전통의장대장 소령 주대선이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국방부 근무지원단 장병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다. 190센티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거구의 모습으로 절도 있게 ‘교육 준비 끝’ 보고를 하는 주 소령의 늠름함에서 대한민국 국방부를 느꼈다.

거구의 주 소령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대추 빛 얼굴색 안경 너머로 서글서글한 눈매가 꽤 인상적이었다. 찰옥수수 같은 고른 하얀 이빨을 들어 내 웃으며 나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키가 얼마입니까?”
“190.1㎝입니다. 몸무게는 105㎏입니다.”
“꼭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같으십니다.”

약간 탁하지만 절도 있는 그의 음색에서 전형적인 무인의 기질이 느껴져 왔다.

주 소령이 지휘하는 부대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인 국방부 근무지원단 예하 의장대대 소속 전통의장대다. 전통의장대는 외국의 국가원수 방문 행사를 비롯하여 국가 주요 의전 시 전통 무인(武人) 복장을 하고 사열 등을 주 임무로 하는 부대이다. 의전 임무가 없는 경우에는 매년 4월부터 6월, 10월부터 11월 사이에 매주 금·토요일 청와대 분수 광장, 전쟁기념관, 현충원 등지에서 우리나라 전통 무예를 국민들에게 시연해 보인다. 이들이 보여주는 전통무예는 조선 정조 때 만들어진 ‘무예도보통지’에 기록된 것이다. 즉 월도, 기창, 검법, 등패, 봉술, 권법 등 무예 24기가 그것이다.

의장대원 선발은 키 180㎝ 이상, 신체등급이 1급 자 중, 신병 교육 전 보충대에서 이루어진다. 선발된 뒤에는 신병교육을 받은 후 국방부에서 별도의 4주 간 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정식 의장대원이 된다.

한편, 국방부에는 전통의장대의 의식행사를 소리로 뒷받침해 주는 ‘전통악대’도 있다. 소령을 지휘관으로 피리, 대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등 관현악대, 사물 등 타악대, 국악 작곡대, 무용·성악대(판소리, 민요 등)가 그들이다. 군악병과 60여 명의 장교 중 국악 전공 장교는 3명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부대가 있어 군대내도 전통문화가 보존, 계승, 육성, 발전 돼 가고 있고, 국가 행사의 격이 높아진다.

주대선 소령은 전남 해남 우수영 출신이다. 남도 출신답게 그의 몸에는 풍류가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어려서부터 울돌목의 기센 기상을 받아서 그런지, 타고난 무골기질 때문인지 그에게는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기상이 있다. 군 생활 이력도 매우 이색적이다. 부사관 생활을 하다 장교로 임관했다. 근무실적도 뛰어나 소령을 1차로 진급했다. 하지만 나이 정년에 걸려 올 해 중령 진급심사도 받아보지 못하고 전역할 예정이다. 경직된 관료사회 문화가 군에도 있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는 무엇에도 걸림이 없이 나라의 동량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이 귓전에 맴돌았다.

사람은 그늘이 있어야 사람의 맛이 난다. 여기서 그늘이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삶의 쓴맛 단맛을 모두 맛 봤다는 의미다. 모차르트는 그늘이 있었기 때문에 악성이 될 수 있었다. 난잡했던 사생활의 그늘이 있었기 때문에 그 그늘이 음악으로 재창조 돼 거듭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판소리 역시 그렇다. 그늘이 있어야 판소리의 백미인 이면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편제 명창 강도근은 일찍이 ‘이순(耳順)은 돼야 소리의 맛이 난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주 소령에게서는 부사관에서 장교로 임관한 이력, 제도적 문제로 중령 진급 심사도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전역해야 하는 처지 등이 삶의 깊이를 농익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전통문화를 주 소재로 하는 사진작가로 나섰다. 군 생활이 자신의 인생 전환점이었다는 의미에서 ‘Turing Point’ 제하의 사진 전시 작품집을 출간한 것이다. 80년대 말 경남 합천에서 근무할 때 몇 개월 치의 봉급을 털어 카메라를 구입하고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연을 주제로 삼았으나, 지금은 경복궁, 창덕궁, 수원화성 등 궁궐을 비롯하여 8만 대장경, 북청 사자놀이, 진도 북춤, 상모놀이 등 유·무형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복궁으로 사진을 찍으러 함께 갔다. 날씨가 좋았다. 향원정, 경회루, 근정전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가는 곳마다 어디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찍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향원정에서는 기와 끝에 북악산 정상이 오도록 했다. 경회루에서는 누각 중심이 못의 중심에 있도록 했다. 근정전에서는 햇빛과 근정전 처마가 사선이 되도록 했다. 3천만 원은 족히 돼 보이는 사진장비를 메고 순간  순간의 전통문화를 담아내는 그는 여지없는 전통문화 투사였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의 시간이 당겨져 온 것 같은 착각을 받는다. 빛과 어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절묘함 속에 몇 천 년 전의 역사가 지금의 시간으로 당겨 져 오는 것이다. 특히 경복궁 경회루 사진은 태종 이방원의 야심이, 흥선 대원군의 왕권주의 사상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것을 본다.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 보았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를 모르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동북 3성을 비롯해 중국지역에 산재해 있는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아울러 각 지역에 분포돼 있는 조상들의 군 관련 전통문화 유산도 사진으로 담아 후배들에게 소중한 교육 자료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일부 민간 역사학자들에 의해 발굴·연구되는 민간의 군사문화 관리에 이제 군이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러한 일에 벽돌 한 장 쌓는 기분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주 소령 인터뷰를 마치고 국방부 면회실을 나오니 하얀 눈이 면사포처럼 펼쳐져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주 소령의 포부가 실현돼 대한민국의 전통문화가 국방부에 옹골차게 박히길 소망했다. 무지막지할 것 같은 군에도 곰삭은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변상문 전통문화연구소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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