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도로명 주소도 체계적이지만 불편…주민등록번호 전면 개편도 신중해야"
[뉴스핌=함지현 기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19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를 계기로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정부에 강력히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지만, 전면적 개편 문제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안행위 소속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법청문회에서 "주민등록번호와 관련한 대체수단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현재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한 유출·오용은 막을 방법이 없을 정도"라며 "정부는 아직도 고민만 하고 있는데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개인식별번호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요청했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지난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나 선거사무장이 요청하면 구·시·군의 장은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돼 있는 선거인명부를 배포했던 사례를 들어 주민등록 체제의 개편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가에서 이미 32세 이상 되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다 유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도 주민등록 번호를 고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타이밍이 지났다고 생각한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빨리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이번 사태 문제의 핵심은 주민등록번호의 통합성과 연관성을 끊어 놓는 것"이라며 "목적별로 의료면 의료, 조세면 조세 등 목적별로 번호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주민등록번호 체계의 개편 방안을 내놨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현행 주민등록제도를 이원화해 주민등록번호는 행정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별도로 개인 고유 번호를 도입해 별도로 본인을 확인할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를 바꾸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 번호를 장기간으로 사용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난 경우, 유출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세·금융·병역·의료 등 영역별로 개인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개인이 본인 확인 등을 위해 영역별로 부여받은 고유번호를 사용할지 개인 고유번호를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정책국장은 주민등록번호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다목적 식별번호'로 진단한 뒤 대체할 수단을 마련할 때 다목적 식별번호로 사용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갖는 문제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며 모든 부분을 배제하지 않고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등록체제의 전면 개편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유 장관은 "주민등록 번호 제도를 어떻게 할지는 서둘러 발표 먼저 할 게 아니라 모든 부분을 검토 대상에 포함하고 단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실태조사와 수집된 정보가 활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가장 하고 그 후에 해야 할 것이 유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체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체계의 근본적인 전면 개편도 배제하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주민등록번호는 오랫동안 유용하게 써 온 정보 인프라기 때문에 대체를 위해서는 정교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며 "도로명 주소를 도입한 것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긴 하지만 불편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제도를 바꿀 때 그렇다. 그런 혼란의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