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증가 vs 주가 상승세
[뉴스핌=김선엽 기자] 현대로지스틱스가 세 번째 도전 만에 IPO(기업공개)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로지스틱스는 오는 3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19일에는 대표이사를 이재복 부사장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회사 안팎의 사정의 여의치 못하다. 우선 현대로지스틱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이 IPO 성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6년부터 재무적투자자(FI)들과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식스왑(Equity Swap) 및 풋옵션(PutOption) 계약을 맺고 있는데, 계약 당시 평균 2만8000원대였던 현대상선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현대 엘리베이터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업계는 2014년에 도래하는 파생정산부담만 약 33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이 커질수록 지분법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인 현대로지스틱스의 손실도 늘어난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현대로지스틱스는 2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을 지분율만큼 떠안으면서 3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주에 장내매매를 통해 현대로지스틱스는 신주인수권을 약 100만주 넘게 사들였다.
이에 따라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율은 21.24%에서 25.87%로 늘어났다.
쉰들러홀딩아게가 유증참여를 거부하면서 내놓은 신주인수권 148만주 중 대부분을 현대로지스틱스외 특별관계자 19인이 사들이면서 이들의 지분율이 늘어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엘리베이터 신주인수권을 장내매수하면서 지분율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대 주주인 쉰들러와의 지분율 격차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IPO 예비심사를 앞둔 현대로지스틱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을 반영해야 하는 정도가 올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기대감도 상당하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현대상선 주가가 반등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의 손실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5월 9000원까지 떨어졌던 현대상선 주가는 최근 14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 대북사업을 주도해 온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남북관계 개선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설 경우 구조조정 압박 속에서 현대그룹의 입지가 개선될 여지가 엿보인다.
게다가 CJ대한통운과 한진 등 경쟁업체들의 주가상승은 자신의 시가총액이 확대되기를 바라는 현대로지스틱스 입장에서 반길 만한 재료다.
실제 이같은 호재를 반영하며 장외시장에서 현대로지스틱스 주가는 20~21일 이틀 동안 13%나 급등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악재가 계속 보도되면서 어느 정도 맷집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며 "또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정부 쪽에 현 회장이, 자신이 남북협력의 메신저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피력할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해운업이 개선돼야 본질적으로 현대그룹의 재무상황이 개선된다"며 "단순히 현대상선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만으로 현대로지스틱스 공모에 참여할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