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관련해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자부심'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선임 경제부처로 예산과 세제를 양 손에 틀어쥐고 타 부처에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유독 자부심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 정경부 곽도흔 기자 |
기재부는 지난달 19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기본안이라며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사전 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정작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문 내용은 청와대에서 대거 손질한 것이었다. 당초 이날 정오쯤으로 예정됐된 부총리의 브리핑도 취소됐다.
청와대와 제대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부총리의 리더십에 심각한 생채기가 난 것.
기재부 내부에서도 현 부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물음표가 나온다. 지난 1월초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수립을 발표한 이후 두 달여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마련한 계획안이 찬밥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 현 부총리가 내정됐을 때부터 리더십 문제는 계속 지적돼왔다.
부총리가 과거 몸담았던 경제기획원과 재정부,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옛 상사와 동료, 후배, 학자들은 현 후보에게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현 부총리가 경제정책국장 시절 장관을 맡았던 강봉균 전 재정부 장관의 평가가 대표적이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현 부총리가 내정되자 "내가 무엇을 물어도 답이 없더라"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일부에서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엇박자도 문제 삼는다. 애초에 경제수석과 부총리 인사가 잘못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원동 수석은 자타가 인정하는 아이디어맨으로 추진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라리 현 부총리가 경제수석을 조원동 수석이 부총리를 했으면 정책 추진은 현재보다 나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특히 나서길 싫어하는 부총리가 경제수석으로 경제부처들을 돌보는 게 더 나았으리라는 것.
그러나 지금 부총리는 현오석이다. 지난달 26일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브리핑이 당초 국토교통부 장관에서 현 부총리로 바뀌었다. 부총리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한 브리핑은 자신이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 수장으로 앞장서 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총리 교체라는 카드를 꺼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앞으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부총리제를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이유와 첫 부총리로 왜 현오석 카드를 꺼냈는가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전 부처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지금 이 시점에 자부심이 필요한 사람은 정작 현오석 부총리가 아닐까.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