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회 CJ 부사장. |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허 부사장을 오너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진 CJ그룹 내 새로운 실세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CJ그룹 등에 따르면 허 부사장은 지난 6일 CJ E&M CJ CGV, CJ오쇼핑의 주주총회결의에서 사내이사 선임 후보로 잇따라 올랐다. 이 세 곳은 모두 이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던 곳이지만 올해 임기 만료를 끝으로 더 이상 재선임을 하지 않기로 한 곳이다.
이는 예상 밖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처럼 사내이사의 규모를 줄여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는 방법도 유력하게 점쳐져왔다. 오너가 빠진 상태에서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져 그만큼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그의 누나인 이미경 CJ 부회장이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이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져왔다.
결과적으로 허 부사장이 이 회장의 빈자리에 올라서면서 업계의 예상은 상당부분 빗나가게 됐다. 최근 유죄 선고를 받은 오너들이 줄줄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와중에 유독 CJ그룹만 다른 길을 걷게 된 셈이다.
CJ그룹 관계자는 “CJ E&M, CJ오쇼핑, CJ CGV는 모두 CJ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회사로 사내이사 자리를 비워둘 수 없었다”며 “허 부사장이 CJ지주회사에서 그룹 계열사를 관리하는 경영총괄을 맡고 있는 만큼 그가 등기이사로 선임되기에 적임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허 부사장의 영향력과 역할을 반증하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 부사장은 지난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CJ그룹 인사 중 한명이다.
지난해까지 CJ푸드빌의 대표이사를 지내왔던 허 부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신설된 지주회사 CJ 산하에 경영총괄의 첫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총괄 산하 글로벌팀까지 진두지휘하게 됐기 때문.
경영총괄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사업차질을 최소화하기에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아울러 그는 올 초 출범한 ‘전략기획협의회’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CJ그룹 각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CSO) 30여명으로 구성된 이 협의회의 결과물은 허 부사장의 최종 검토를 받고 그룹경영위원회에 전달되게 된다.
이 부회장, 손 회장,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으로 구성된 그룹경영위원회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면 허 부사장은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그림을 담당하는 셈이다.
CJ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허 부사장은 이미 CJ그룹 내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최근 실적 악화와 오너의 부재라는 고난을 겪고 있는 CJ그룹에서 그의 역할은 향우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허 부사장은 1986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뒤, 1986년 CJ제일제당 경리팀·자금팀, 1997년 CJ투자증권 경영·리스크팀장, 2002년 CJ헬로비전 경영지원본부장·경영지원실장, 2011년 CJ푸드빌 운영총괄, 2012년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