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피해 일부 기업 해외로 본사 이전도 강행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애플을 포함한 미국 간판급 기업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축적한 현금 자산이 약 2조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12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307개 미국 기업이 해외에 묻어 둔 현금이 1조9500억달러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IBM 등 세 개 기업의 해외 현금 자산 규모가 3750억달러(18.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공룡 기업들이 이익을 국내로 환수하지 않고 해외 법인에 묶어두는 것은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 정부가 기업에 부과하는 법인세는 35%에 달한다. 이는 아일랜드의 12.5%에 비해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에 예치하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3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가 해외에 축적한 이익금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같은 기간 애플 역시 네 배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도 3년 사이 해외 현금 자산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기업들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액타비스와 엔도 엔터테인먼트, 이튼 등이 이 같은 사례다.
코카콜라를 포함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나 리프트 아메리카 연합 등 특정 단체에 소속된 기업들을 주축으로 해외 이익에 대한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 제니퍼 블루인 회계학 교수는 “미국이 법인세 시스템을 개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세법이 변하지 않는 한 기업들의 움직임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기업들은 해외에 누적된 현금 자산 가운데 일부를 국내로 환수하고 있다. 운영자금을 회사채나 은행권 여신으로 충당하는 것보다 세금을 지급하더라도 보유한 현금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1100억달러를 환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764억달러)와 화이자(690억달러), 머크(571억달러), 애플(544억달러) 등의 기업이 뒤를 이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