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가 놓고 조합원 “높이자” 시공사 “낮추자”..집값하락이 원인
[뉴스핌=이동훈 기자] 최근 꿈틀대는 주택경기의 잣대가 되는 서울 강남 재건축 추진 단지의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주택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틈타 일반분양에 나서야 하지만 분양가를 놓고 주민과 건설사가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주체인 재건축 에정단지의 주민들은 일반 분양가를 최대한 높게 정해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공사비 분담금을 낮추려 한다. 하지만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는 시공사는 분양실패를 우려해 일반 분양가를 낮추려고 하고 있다.
조합원과 시공사 간 일반분양가 줄다리기로 분양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강동구 '고덕시영' 공사현장 모습 |
◆조합원-시공사 간 팽팽한 분양가 줄다리기
13일 부동산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일반 분양이 상당 기간 지연되고 있다. 대부분 일반 분양가를 확정짓지 못해서다.
올 상반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강동구 고덕시영(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3658가구)은 지난해 11월 첫 분양 계획을 잡았다. 이후 같은 해 12월로 연기됐고 또 다시 오는 3월로 시기가 늦춰졌다.
지금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28일 견본주택을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분양승인을 받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일반분양 대상의 주택 가격을 3.3㎡당 2100만원선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공사는 3.3㎡당 1900만~20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 시공사(삼성물산,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단지 바로 앞 현대아이파크의 시세가 3.3㎡ 1800만 안팎이라는 점을 들어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6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역삼자이’는 지난해 10월 첫 분양 일정을 잡았다가 11월에 이어 다시 12월로 연기됐다. 이후 수차례 분양이 지연되다 오는 4월로 공급 일정을 다시 잡았다. 조합원과 시공사(GS건설)가 일반 분양가를 3.3㎡ 3000만원 안팎에서 줄다리기 한 결과다.
대치동 동신3차아파트를 재건축한 '도곡동 한라비발디'과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아크로힐스 논현’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덕시영 조합원 관계자는 “일반 분양가를 3.3㎡당 2000만원 밑으로 정하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적지 않다보니 시공사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합원이 2000명이 넘어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것도 한 이유”라고 말했다.
◆주택경기 하락이 사업성 저하 요인
분양가를 둘러싼 조합원과 시공사 간 힘겨루기는 집값이 떨어진 때문이다.
보통 재건축은 사업 초기 단계인 안전진단 통과부터 착공, 입주까지 7~10년 걸린다. 분양가는 사업의 8부 능선격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 개략적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주변 집값은 떨어지고 사업 기간도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자 사업성이 나빠진 것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일반 분양가는 사업성을 결정짓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것이 줄어들수록 조합원 부담은 늘어난다. 조합원들도 재산권이 걸려있는 만큼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대형 건설사 분양팀 한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에서 일반 분양가를 결정하는 게 가장 조율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며 “일반 분양가를 변경하려면 관리처분 총회에서 특별결의(3분의 2 이상 참석 및 찬성)를 거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경우 분양 일정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택경기 회복이 탄력을 받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재건축 기대감을 현재로선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