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나마 적절" vs "떼지어 내리기, 보기 안 좋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KT와 현대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하향조정한 것을 두고 회사채 시장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늦게나마 시장의 평가를 적절하게 반영한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신평사들이 제때 내리지 못하다가 뒤늦게 경쟁적으로 내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 KT 하향검토‥"괘씸죄" vs "예정된 조정"
지난 13일 한국신용평가는 KT와 KT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KT ENS에 대해 KT가 꼬리자르기에 나서면서 KT 계열사들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KT 자체의 신용등급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해 시장에선 다소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KT가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린 것은 KT의 신용등급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재료이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2013년 당기순손실, 계열사 직원에 의한 대출사기 사건, 홈페이지 개인정보유출, 불법보조금 지급에 따른 영업정지처분 등 일련의 대형 이슈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KT와 영업적으로 긴밀한 자회사에 대한 지원의지를 철회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신뢰도 저하 및 평판위험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KT의 사업 및 재무 위험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KT ENS건으로 인해 신평사들이 평판에 손상을 입으면서 일종의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한다. KT ENS가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을 모른 채 신평사들이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A로 매겼다가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특히 한신평의 모회사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17일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이 KT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은 의견에 힘이 실렸다.
반면 이미 KT에 대한 등급 하향 조정은 KT ENS건과 무관하게 예정된 것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KT의 신용등급을 지난달에 이미 한 차례 내렸기 때문에 국내 신평사들 중 누가 먼저 내릴까 지켜보고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무디스는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당시 무디스는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심화와 유선전화 수익 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할 때 KT가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현대상선, 세 단계 강등…졸지에 투기등급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등급 조정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달 13일 NICE신용평가는 현대그룹 계열 내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을 BBB로 하향조정하고 동시에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했다.
또 현대엘리베이터(BBB+)와 현대로지스틱스(BBB+)에 대해서도 계열위험 요인을 반영해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하루 뒤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각각 'BBB-'로 두 단계 낮췄고 이날 저녁 늦게 한신평은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세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미 투기등급 취급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정이라고 본다"며 "나중에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다시 올리더라도 일단 투자자들이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증권사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약간 과하다고 본다"며 "내려야 할 때는 조용히 있다가 뭐 하나 터지니까 이 때다 싶어서 우루루 내리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