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증시 밸류 낮고, 성장주 부진은 오래된 얘기
[뉴스핌=정경환 서정은 기자] 미국 증시 주도주들의 거품론이 일면서 국내 증시 주도주 양상에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일단, 미국 증시 주도주 논란은 지나친 고평가로 인한 것이라 우리 증시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은 못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최근 중소형주가 구조적으로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대형주로 무게가 이동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5.5% 폭락락한 미국 나스닥 바이오테크지수는 24일에도 4.5% 빠진데 이어 25일 3.02% 더 떨어졌다. 이에 나스닥지수도 지난 21일 하락을 시작으로 27일까지 5거래일 중 4거래일 내리며 두 달래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발단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다. 최근 시판한 C형 간염 치료제의 가격을 한 알에 1000달러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의회가 신약이 너무 비싸다며 가격 산출 내역 공개를 요구하면서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이는 곧바로 바이오 업종 전반은 물론,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 등 대형 IT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급락에서 시작된 바이오업종의 하락 여파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주변 성장주들로 전이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판도라와 넷플릭스, 페이스북 그리고 테슬라 등 그간 잘나가던 성장주들이 조정받으면서 일각에선 그간 급등한 나스닥 시장의 거품 붕괴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증시 주도주들의 거품 붕괴론에 시장은 국내 증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성장스타일 주식이 주춤하면서 국내 주도주도 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헬스케어, 인터넷미디어 업종의 경우 대표적인 성장스타일 주식인데 가치주 상대지수가 오르면서 성장주가 떨어졌고,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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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반 하락하는 미국의 주도업종(바이오테크·인터넷미디어·전자상거래), 대신증권. |
이와 관련해 미국 증시 주도주들의 급락 여파가 국내 증시에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성장성 우려로 인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지도 벌써 오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도주 급락은 그간 미국 증시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며 "국내 증시와 동일선 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윤창보 INJ투자자문 대표는 "미국 주도주 논란은 기업이익 개선에 비해 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급락은 그 갭을 메우기 위한 과정일 뿐, 성장성에 대한 의심 때문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나스닥 주도주 급락에 국내 증시 주도주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주춤해진 게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세력 교체는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헬스케어 등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는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과 관련된 것"이라며 "국내 증시에서 최근 중소형주에 대한 부담을 말하는 것은 가능한 듯한데 그 이상의 얘기를 할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중소형주 대비 대형주 강세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 "중소형주 강세가 구조적이긴 하나, 단기적으로 대략 올 2분기 정도까지는 상대적으로 대형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