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안내간판·주차 등 관광객 불편 호소
[뉴스핌=김민정 기자] #1. 런던에 사는 브라이언 정(Brian Chung) 씨는 고국을 방문해 서울시티투어를 예약하려다가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정보사항을 입력하고 결제를 진행하려고 하자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는 팝업창이 여러 개 나타났다. 과정이 너무 복잡한 것 같아 포기하고 익숙한 페이팔(PayPal)이나 카드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다른 사이트에서 결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여권번호와 호텔방번호 등 세세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바람에 예약을 포기했다.
#2. 서울에 사는 김선영 씨는 오는 4월 말 이탈리아 여행 중 바티칸시국을 방문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쉽게 결제창으로 넘어갔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과 카드보안번호 세 자리만 입력하고선 쉽게 예약을 완료했다.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액티브엑스(Active X)’로 대표 되는 공인인증서 규제가 ‘천송이 코트’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관광상품도 못 팔고 있다는 얘기다.
◆ 바티칸 시티투어 對 서울 시티투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관련 ‘끝장토론’에서 이슈가 된 액티브X는 유통산업 뿐 아니라 관광업에서도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를 통해 관광명소 투어를 예약할 때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가령,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려면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비지트코리아’ 웹사이트(www.visitkorea.or.kr)를 거쳐야한다. 이 웹사이트의 서울시티투어 소개 페이지에서 ‘여행일정표(itinerary) 보기’를 클릭하면 ‘허니문여행사’의 웹페이지로 연결된다. 여기서 예약을 진행할 수 있는데 결제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LG유플러스 이크레딧(eCredit)라는 전자결제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는 액티브X 기반의 서비스다.
웹사이트의 언어를 영어로 설정하고 결제를 시도했지만 결제정보는 한국어로 나온다. 결제 모듈을 설치하라는 멘트도 한국어다. 또 다른 서울시티투어 예약 여행사 사이트(www.seoulcitytour.net)에선 이름과 이메일 주소는 물론이고 집전화번호, 여권번호, 호텔전화번호와 호텔방번호까지 요구하고 있다.
단체관광보다 개인관광객이 늘면서 이 같은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자국민을 ‘싸구려 쇼핑관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여유법(旅遊法)을 통과시키면서 개인 자유여행이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지만 연간 수 백 만명의 관광객을 모으는 바티칸시국을 투어하기 위한 절차는 상당히 간단하다. 바티칸박물관 웹사이트(www.museivaticani.va)에 접속한 뒤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결제단계로 넘어가고 결제도 신용카드번호와 카드유효기간, 보안번호 세 자리만 입력하면 완료된다.
바티칸시국 투어 예약 사이트 화면(왼쪽)과 한 여행사의 서울시티투어 예약 사이트(www.seoulcitytour.net) 화면(오른쪽) 비교. |
◆ 간판·주차 등 길거리 규제도 걸림돌…“공연장 안내 간판도 못 달아”
규제로 인한 관광객들의 불편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진다. 서울의 경우 단체관광객을 실은 대형버스나 개인관광객이 렌트한 자가용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불편하다. 지자체의 상업용 간판 규제로 한국 지리에 어두운 외국인 관광객들이 공연장이나 관광명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유재 모두투어 대표는 “관광객이 들어오는데 주차가 마땅치 않다”며 “식당 앞에도 그렇고 관할 구청에서는 점심시간에 단속을 완화하고 있지만 대형 단체(버스)들이 어디에 세울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주영규 명동관광특구협의회장은 “다른데도 마찬가지지만 명동은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며 “차 없는 거리를 해서 단체 관광객이 명동 주변 도로와 영락교회, 우체국에 정차하는데 불편하고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2008년 옥외간판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1업소 1간판’을 원칙으로 정한 뒤 관광지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 외국인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정표나 간판을 충분히 달지 못하는 것도 관광업에 있어서의 ‘손톱 밑 가시’로 지목되고 있다.
송승환 PMC네트워크 회장은 “극장을 알리는 이정표나 간판을 못 단다”며 “일반광고와 간판을 똑같이 규제하고 있기 때문인데 문화관광 상품은 일반 간판과 다르게 적용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