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부채 부담 대폭 상승, 위기 닥칠 수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극심하게 저조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실물경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진짜 리스크는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변국을 중심으로 부채위기를 또 한 차례 촉발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현 상황을 시장의 우려대로 디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로플레이션(lowflation)이라고 고집하더라도 실상이 달라질 수는 없다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와 아일랜드를 포함한 소위 주변국이 커다란 리스크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신화/뉴시스) |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1%를 밑도는 국가의 부채 부담이 특히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통상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동원하는 방법이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것이지만 유로존의 경우 오히려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고, 주변국이 국내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금리를 떨어뜨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1일(현지시각)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이 현 수준에서 통제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6년 사이 스페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4%포인트 급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의 부채 비율이 21%포인트 뛸 것으로 예상되며, 유로존의 중심국으로 분류되는 프랑스 역시 1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유로존 회원국이 긴축 카드를 다시 꺼내들 여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HSBC의 스티븐 킹 이코노미스트는 “주변국 은행권이 여전히 상당 규모의 부실 여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저조한 흐름을 지속할 경우 기업과 가계 대출이 더욱 크게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스의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칼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이 독립적으로 경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해 통화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는 사실이 커다란 걸림돌”이라며 “ECB의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에 근접한 만큼 유로존의 고통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소시에떼 제네랄의 아나톨리 아네코프 이코노미스트는 “저조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수록 반전을 이뤄내기 어려워진다”며 “유로존이 쉽게 디플레이션에 빠질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