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중기적합업종, 산은 민영화, 자동차규제 담긴 美 USTR보고서' 전문공개
[뉴스핌=홍승훈 기자] 미국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산업은행 민영화, 자동차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미FTA 추가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 전문이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31일 작성돼 이달 2일 한국 정부로 전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요약본을 공개한 바 있지만 전문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주선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은 24일 USTR이 작성한 '2014년 무역장벽보고서 한국편 번역본'을 공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가 TPP 참여를 위해 서두르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미FTA 완벽이행'이라는 이름 하에 핵심 통상현안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일방적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내일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벽한' 이행문제가 또다시 거론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박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 번역본에 따르면 미국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산업은행 민영화, 금융정보 해외이전, 자동차 환경규제, 지적재산권 보호, 원산지 검증, 미국산 쇠고기, 쌀, 정부조달, 산업보조금정책, 스크린쿼터와 방송쿼터,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중복심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 정책에 우려를 표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관련해 동반성장위가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 부문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관련분야에 대한 미국 업체들의 진출 기회가 제한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측은 "동반성장위원회는 독립적인 단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등 정부와 강력한 연관을 갖고 있다"며 "동반성장위가 기업 풍토와 외국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한국측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쌀시장 개방과 관련, 2005년 4월 최소시장접근 협약에 따라 한국 쌀시장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접근권은 크게 개선됐으며 2013년 미국의 쌀 수출 규모는 17만 4,071톤, 1억 213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쌀 관세화 예외조치에 대해선 "미국 공급업체들이 한국 쌀 시장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의 TPP 가입의 4대 선결조건 중 하나로 미국이 제시했던 '원산지 검증문제'에 대해선 "한국 세관이 원산지를 입증하는 데 지나치게 어려운 방식으로 검증작업을 수행하고 있어 한미FTA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검증절차에 대한 상호이해를 도모해 수입업체와 수출업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미국측은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주 TPP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한 미국과 호주 전문가들은 '한국의 TPP 가입에 대한 동의'를 무기로 미국 정부가 한미FTA 플러스(+)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그 내용은 2014년 무역장벽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고서의 내용을 국회와 국민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번역본을 펴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미FTA의 여러 규정에 대한 해석과정에서 미국측 이해관계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유권해석이 이뤄지고, 한미FTA에서 합의하지 않은 사항들을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며 "정부가 TPP 조급증에 빠져 핵심국익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태미 오버비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워싱턴DC 의회 강당에서 열린 '한미관계 60주년'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은 TPP에 들어가기 전 한미FTA를 충실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한미FTA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는 TPP에 가입하는 프리패스(free pass, 무임승차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박주선 의원실 한 비서관은 이번 전문공개 취지에 대해 "관련 보고서에는 한국과 미국간 통상관련 중요한 현안들이 있어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음에도 정부는 번역본을 통한 전문공개에 소극적"이라며 "정부관계자 왈 '다들 영어가 되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을 하더라"고 전해왔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