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본명은 조현승. 아버지는 3부작 장편소설 ‘역수’의 저자이자 영화 ‘스톤’의 조세래(본명 조영철) 감독이다. 아버지를 따라 했거나 아버지의 그림자를 떨쳐버리려 이름을 바꾼 건 아니다. 단지 연기를 하기에 조현승이란 이름이 약해 보여 조금은 강렬한 느낌의 조동인으로 바꿨다.
데뷔는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2011). 배우 안성기의 아들이 그가 맡은 첫 역할이었다. 아버지의 절친 정 감독의 작품이라니. 빽(?)이 작용한 거 아니냐고?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아버지를 졸라 자리를 꿰찬 철없는 놈으로 보면 섭섭하다. 이래봬도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열여덟, 극단에 들어가 차곡차곡 연기를 공부한 실력파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민수의 어둠을 그가 가진 것보다 더 어둡게 표현을 잘했다’는 평을 들었어요. 저 진짜 눈물을 흘릴 뻔했다니까요.” 마주한 배우 조동인(25)이 한껏 감동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영화의 주연 배우로 첫 작품을 선보이는 게 생각보다 꽤 떨렸던 모양이다. 지난 12일 개봉한 ‘스톤’에서 조동인은 천재 아마추어 바둑기사 민수를 열연, 아버지 조 감독의 지휘 아래 쟁쟁한 대선배(지금은 또 다른 술친구가 된) 김뢰화, 박원상과 호흡을 맞췄다.
“전 무엇보다 개봉하게 돼서 기분이 좋아요. 떨리기도 하고요. 사실 처음에 영화를 보고 제가 망친 거 같아서 진짜 불안했거든요. 저만 연기를 너무 못해서 감독님께도 미안하더라고요. 근데 감독님이 잘했다고 하기에 ‘연기자로서 잘한 거야? 아들로서 잘한 거야?’라고 물었죠. 연기자로 잘했다더라고요. 정말 다행이다 싶었어요(웃음).”
모두의 예상과 달리 조동인은 ‘스톤’의 일순위 주인공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던져준 시나리오를 보고 ‘당연히’ 출연할 거라 생각했지만, (아버지를 제외한) 대다수 스태프가 그의 출연을 반대했다. 쉽게 말해 ‘퇴짜’였다. ‘동인아 미안하다’는 아버지를 이해할 순 있어도 서운한 마음까지 모두 떨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도피(?) 방법은 바로 군대였다. 하지만 하늘은 그의 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배운 바둑이 예상외의 결과를 들고 왔다.
“인지도 있는 20대 배우 중에 바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엔 프로 바둑 기사 중에 잘생긴 사람을 뽑아서 연기를 가르치자고 했대요. 그런 말이 오가던 중에 저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을 건네 들었죠. 근데 제가 삐쳐서(웃음) 거절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아버지와 최종태 감독님의 술자리에 따라갔죠. 그때 최 감독님이 제게 세상 물정 모른다고, 보통 연기자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PD님을 뵙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PD님께 ‘군대는 나중에 가야겠다’는 말을 들었죠. 그래서 제가 뭐라그랬냐고요? 생각해 보겠다고 튕겼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이 없었어요(웃음).”
(외적인 모습도 긍정적인 결과에 한몫했겠지만) 결국, 그가 ‘스톤’의 주인공이 된 데는 아버지 제안으로 9살부터 배운 바둑이 가장 크게 작용한 셈이다. 실제 조동인은 수준급 바둑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바둑을 잘 둔다고 쉽게 연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촬영 시작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저도 바둑을 둘 줄 아니까 연기할 때 무난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NG가 나는 거예요. 감독님이 ‘네 손놀림은 프로가 아니라 네 급수 같다’고 하셨죠. 그래서 또 연습했어요. 풀샷에 잡히는 바둑판 포석들도 보면 막 둔 게 아니라 다 내용이 들어있어요. 감독님께서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짚어가셨어요.”
“처음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감독님이 이해되지 않았다”는 조동인은 감독으로 만난 아버지에 대해 섬세하고 주장이 강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전자전이란 말이 괜히 있겠는가. 제삼자가 봤을 때 조 감독의 그런 성향은 아들 조동인에게도 그대로 묻어났다.
“아버지랑 어마어마하게 친했어요. 친구들이 아버지와 저의 일화를 들으면 신기해할 정도였으니까요(웃음).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죠. 연기 역시 마찬가지고요. 물론 권유하신 건 아니에요. 그냥 어릴 때 드라마 ‘태조 왕건’ 속 인물 성대모사를 따라 하던 작은 부분이 모여 이렇게 방향을 잡게 됐죠. 근데 아버지 영향은 확실히 있어요. 형 역시 ‘스톤’ 제작자로 지금 연출을 하고 있거든요. 저 역시 기회가 된다면 연출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시나리오도 세 편 정도 썼죠. 뭐 그래 봤자 단편이고 습작이지만요(웃음).”
인터뷰 내내 칭찬이 나올 때면 “감사하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이던 그는 아직은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이 신기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실 아직 촬영장이 불편한데 연기를 잘하면 촬영장이 편해지겠죠?”라고 묻는 조동인의 모습에서 배우로서의 욕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사실 ‘배우’라는 호칭이 너무 부담스럽거든요. 대학로에서 연기를 배울 때 처음 배우란 단어의 뜻을 공부했는데 정말 아무나 될 수 없는 게 배우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라는 말이 어울리는 연기자가 되고 싶죠. 분야는 뭐든 좋아요. 연극, 영화, 뮤지컬 그걸 스스로 나눠 버린다는 건 아직 아닌 듯해요. 어쩌면 연기자는 선택받는 직업인데 선택해 주는 거 자체로 감사합니다(웃음).”
“김수현, 이제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 걸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