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세 논란 해결책, 적정유보금 수준 합의는 전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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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 쌓아둔 막대한 양의 사내유보금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사내유보금은 일정기간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에서 세금이나 배당, 상여 등 회사 밖으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에 적립한 자금이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지난 1990년에 도입됐다가 실효성 논란 등으로 2001년 폐지됐다.
증권 업계는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가 부활할 경우 무엇보다 기업들의 배당금을 늘려 주가 상승과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외국인들을 국내 주식 시장으로 유인하는 효과도 크다는 입장이다.
채남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주식시장부 부장은 "과도한 사내유보로 기업이익이 주주에게 가지 않았는데 사내유보금 과세를 하면 기업들이 유보금을 배당으로 사용 할 것"이라며, "배당이 늘어나면 투자자들이 배당 수익을 목표로 해서 투자를 늘릴 것이기 때문에 투자수요가 늘어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채 부장은 이 정책이 실시되면 외국인 투자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이 경영권 확보보다 투자 수익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제도가 시행되면 실적이 높은 우량기업에 지금보다 더 많이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전무도 "외국인 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대만의 경우 배당성향은 40~50%로 PER(주가수익비율)이 16배 수준"이라며 "만약 국내에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 도입이 확정되고 배당성향을 30% 지키게 한다면 국내 증시의 PER은 15배로 배당수익률이 2%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전무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이끌 수 있고, 국내 증시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권사들 역시 과세를 통한 배당 확대의 당위성이 존재한다며 사내유보금 과세가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장기 투자자를 늘릴 것으로 기대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배당수익률 1%대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반면 사내유보율은 87.7%로 글로벌 1위 수준이라 과세를 통한 배당 확대의 당위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사내유보금 과세는 자기자본이익률(ROE)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을 유입 시킬 것"이라고 봤다. ROE가 높아지면 펀더멘털을 강조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한국시장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82개 상장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477조원에 달한다. 이는 3년 전보다 44% 늘어난 것.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내유보금이 28조3000억원 규모다.
강 연구원은 사내유보금 과세가 국내 투자자의 장기 투자도 유인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주식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본 차익 보다 이자 및 배당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중요하다. 배당을 통한 월 지급식 펀드 등의 확대로 장기투자 유인이 확대되면 배당 수익과 주가 상승을 바라보는 직접 투자자와 간접적으로 펀드를 통해 자금을 관리하는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으로 끌어 들일 것이란 입장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 역시 "이 제도를 실시하면 배당금을 늘릴 수 있어 한국증시의 투자매력도를 높일 것"이라며 "이에 저금리 상황에서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제도가 자본시장 활성화 뿐 아니라 가계 소득을 높여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거래소의 채 부장은 배당을 높이면 기업자금이 일반인에게 분배되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개인의 가처분 소득 격차는 커져만 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2년까지 기업(법인)의 총처분가능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9.4%로 개인의 5.5% 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물론 사내유보금 과세를 실행하기에 앞서 이중과세 논란이 해결되고 적정 유보금 수준 결정도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갑래 기업정책실장은 "주주와 경영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내유보금 이중과세 논란 해결안과 적정 유보금 수준을 먼저 정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위기에 대비해서 유보금을 쌓는 이유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내유보금 과세가 기업들의 배당금 확대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한 의견도 나왔다.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실장은 "과세로 인해 배당성향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는 아니"라면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기 보다는 건물 또는 용도가 있는 형태의 유형자산이 대부분이어서 과세를 통해 배당이 직접적으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서정은 김현기 이준영 기자 (jlove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