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절감시켜주고 지배구조 강화에도 한 몫
▲자료: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삼성생명문화재단의 경우 6월19일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 4.68% 중 2.5% 매각.) |
[뉴스핌=고종민 기자] # 광동제약 창업주인 고(故) 최수부 회장이 지난해 7월 급작스럽게 타계한 후 공익재단의 위력이 재계에 새삼 회자됐다.
최 회장은 생전에 지분 6.82% 중 4.35%를 공익재단인 가산문화재단에 증여했다. 이에 가산문화재단은 지분 5.00%를 가진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렇지만 최 회장은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 상속증여세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에 주식 증여시 지분율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해야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가산문화재단에 주식을 증여하지 않고 아들인 현 최성원 회장에게 모두 상속했다면 상속세는 상당했을 것이다. 가산문화재단 덕에 상속세를 아낄 수 있었고, 최 회장 생전의 지배주주 지분(17.73%)도 온전히 보전됐다. 경영권 방어에도 충분한 지분율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6조와 제48조는 '공익법인 등이 출연 받은 재산의 가액은 각각 상속세·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공익법인 등이 내국법인의 주식 등을 출연 받은 경우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등의 100분의 5(성실공익법인은 100분의 1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초과 부분을 상속세·증여세 과세가액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취지는 공익을 위해 재벌가 재산의 사회 환원을 장려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경영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이에 공익재단은 '재벌 지배구조의 킹핀(kingpin)'으로 불린다.
국회에서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6월 재벌계열 공익재단(공익법인)의 계열사주식 의결권 제한 법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사람은 해당 기업집단과 특수관계인 공익법인이 취득·소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 의원의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법안은 지난해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법안소위에 상정된 것이 현재 상황이다. 19대 후반기 국회서 관련 법안이 논의될 지도 미지수다.
국내 재벌 그룹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은 평균 2.1개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 주식을 삼성문화재단과 삼성복지재단이 각각 4.68%씩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차정몽구재단을 통해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LG그룹도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을 통해 지주회사 LG, LG생명과학, LG상사 지분을 갖고 있다.
▲자료: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
◆어마어마한 재벌그룹 공익재단의 역할
공익재단은 여러모로 재벌그룹에 유익한 집단이다. 광동제약의 사례처럼 재벌들이 공익재단을 만들어 지배권을 강화하고, 편법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삼아 절세를 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증여·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공익재단의 역할이 상당한 것이다.
또 상속 과정에서 형제자매 간 지분 경쟁이 있으면 이 역시 공익재단은 경영권의 핵심 역할을 한다. 외부 세력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더라도 공익재단은 방어의 핵심 고리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재벌계열 공익 법인은 그동안 편법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었다"며 "개인이나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쉬운 점은 다른 쟁점 법안에 밀려 법안소위에서 논의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재벌과 관련된 법안인 만큼 재계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시에 대기업의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과 공익재단의 사업을 위축시킬 우려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서도 "그룹의 지주회사 및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들의 지분을 우선 보유하는 등 소유지배구조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어 공익법인의 설립목적과 달리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공정거래위원회. |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