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활동이 한창 왕성한 시기의 배우들을 두고 흔히들 “전성기가 왔다”는 표현을 쓴다. 요즘 이 전성기를 누리는 배우가 있다면, 아마 배우 정유미(31)가 아닐까. 그간 ‘천일의 약속’(2011), ‘옥탑방 왕세자’(2012), ‘원더풀마마’(2013) 등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그가 점점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올봄까진 예능프로그램 ‘우리결혼했어요’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더니 올여름, 첫 주연작 ‘터널3D’를 선보이며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물론 120부작 드라마 ‘엄마의 정원’ 역시 방영 중이다.
높아진 인기를 방증하듯 정유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영화 프로모션 인터뷰차 그를 만나기로 한 날, 소속사 관계자에게 가장 처음 들은 말 역시 “새벽 3시까지 드라마 촬영을 하다 왔다”였다. 그런데 사진 촬영을 마치고 마주한 그는 걱정과 달리 (도저히 늦게까지 촬영한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 일하고 처음으로 링거투혼을 해봤다”고 엄살을 부리다가도 “제가 체력이 좀 좋다. 매니저는 저보고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이라고 부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유미의 첫 스크린 주연작 ‘터널3D’는 여행을 떠난 친구들이 터널 안에 갇히게 되면서 하나둘씩 사라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호러물이다. 극중 정유미는 수줍음 많고 세심한 성격의 여대생 은주를 열연, 기존의 상큼 발랄한 이미지와는 다른 성숙하고 차분한 연기를 펼친다.
“여배우로서 호러로 출발을 한 전례가 워낙 좋고 만약 호러퀸이란 타이틀을 잡게 된다면 더 없이 좋은 거니 그만한 장점도 없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포라는 장르 자체와 캐릭터가 이끌렸어요. 극중 은주가 많은 역할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죠. 인물이 매력적이니 연기할 거리도 많고 장르가 공포니 감정을 일차원적으로 바로바로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그간 해온 드라마에서는 뭔가 다 표출할 수 없었는데 이걸 해보면 재밌겠다 싶었죠.”
정유미의 스크린 데뷔작은 사실 공포라는 장르 말고도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국내 공포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전체 3D로 촬영했다는 것.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나 동선을 고려, 입체 값을 조절해가며 현장의 느낌을 살렸다. 하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이 모두 그렇듯 장점 이면에는 분명 부담도 따라왔을 터였다.
“전 오히려 3D가 아니었다면 고민했을 거예요. 이게 되게 어두운 공간 안에 갇히게 되는 거잖아요. 먼지가 일거나 랜턴으로 어딘가 비쳤을 때 뭔가 튀어나오고, 이런 부분이 입체감 있게 나오면 재밌겠다 싶었죠. 터널이란 공간이 3D와 만나면 이건 정말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컸어요. 사실 찍을 땐 정신이 없어서 불안하기도 했어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얼마만큼 효과가 잘 붙을까에 대한 걱정이었죠. 근데 그 이상으로 잘 나와서 만족해요(웃음).”
3D가 영화의 새로움을 더했다면, 이번 영화에서 공포감을 더한 것은 바로 터널이라는 폐쇄된 공간이다. “공간 자체가 정신없게 만들었다”는 그의 말처럼 터널은 공포감을 극대화 시켰다. 실제 촬영 장소는 지하 7층에 이르는 깊이와 63빌딩과 맞먹는 높이의 광명가학광산동굴. 촬영 세트라고 해도 손색없는 내부 덕(?)에 별도의 공사나 설치 작업도 필요 없을 정도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터널에 갇혀서 화장실을 못갔다는 거죠(웃음). 한 번 들어갔다 나오려면 20~30분은 걸어야 했거든요. 심지어 길이 여러 갈래라 잘못 가면 완전히 다른 곳이었죠.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있기도 했고요. 특히 걸어가는 신을 찍은 한 길이 정말 무서웠어요. 그 길에선 갑자기 조명도 떨어지고 분명 녹화를 했는데 확인하면 안 돼 있어서 테이크를 많이 갔죠. 기계적인 결함도 자꾸 생겼고요. 그래서 저희끼리 이 길에 뭔가 있다고 그랬어요. 영화에서 놀라는 게 100% 연기만은 아니었죠. 진짜 음습한 기운이 있더라고요.”
촬영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표정이 몇 번이고 일그러졌다가 겁에 질렸다가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또래 배우들로 화제가 전환되니 이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깔렸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촬영하면서 보낸 시간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그에게 또 다른 힐링이 된 모양이었다.
“안전하진 않은 현장이었잖아요. 하지만 워낙에 감독님과 스태프들, 또래 배우들이 좋아서 거기에 힘을 얻었어요. 정말 성격이 한 명이라도 안 맞거나 모난 사람이 있었으면 더 예민해질 수 있는 조건이었는데 다들 성격이 좋고 잘 맞아서 재밌게 찍었죠. 가끔 폭설로 촬영이 늦춰질 때면 함께 둘러앉아서 고기도 구워먹으면서 재밌는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분명 공포영환데 로맨틱코미디, 시트콤 이런 작품을 찍는 기분이었죠.”
지난 2003년 광고모델로 시작했으니 정유미는 어느덧 데뷔 11년 차다. 물론 브라운관에서는 이미 베테랑이지만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그래서인지 영화 개봉을 앞둔 그의 얼굴에는 마치 신인 때처럼 초조함과 설렘, 그리고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정유미가 이런 면도 있네’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영화를 늘 하고 싶었어요. 시작도 영화였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드라마가 잘 풀리다보니까 드라마를 계속 하게 됐죠. 사실 또 동명이인인 정유미 씨가 영화 쪽에서는 더 많이 활동하시고 유명하시잖아요. 그러니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연기적으로 비교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죠. 어쨌든 저 역시 이제 저만의 색깔을 영화에서도 표출해보고 싶어요. 브라운관에서 표출되지 않았던 에너지가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고요. 촬영하면서도 제가 느낀 재미와 감정, 그 순간이 모두에게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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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