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업 유인 별로 없다는 의견도
[뉴스핌=이영기 기자] 최근 증권가에서 황제주들의 액면분할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액면분할이 되면 거래도 활성화되지만 정부의 배당촉진을 통한 내수살리기와도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액면가 기준 수정주가를 발표해 우량고가주 지위를 부여하겠다며 액면분할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일부 배당소득 환류나 거래 활성화 효과가 있기는 해도 제한적이며, 주주관리 부담을 덜면서 황제주 이미지를 유지하고픈 기업 입장에서도 크게 유인은 안 된다는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아모레퍼시픽, 태광산업, 영풍, 삼성전자 등 주가가 100만원이 넘어서는 기업이 6개이다. 소위 황제주들이다.
이중 증권업계가 정부의 배당촉진정책의 영향으로 배당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은 기업이 3개나 포함돼 있다.
특히 증권업계가 꼽은 배당가능성 높은 기업 21개 중에서 주가가 20만원 이상인 기업이 11개나 된다.
1인당 GDP가 우리의 2.2배인 미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애플이나 포드에 비해 상대적인 주가 수준이 13배 이상 높고, 네이버도 바이두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배당가능성이 높은 주식에 대한 개미투자자, 즉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미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경환 경제팀이 배당촉진을 통해 가계소득을 끌어올려는 정책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판단된다. 액면분할을 유도해 이들 주식에 대한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곽현수 연구원은 "검증할 수는 없지만 액면분할을 통해 소액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정책효과가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최경수 이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수십~수백만원에 달하는 주가는 액면불할을 통해 유동성을 제고하겠다"며 "개인의 증시참여가 지금보다 활발해지기 위해 액면분할만큼 좋은 유인책은 없다"고 말했다.
당위적인 면에서 보면 글로벌경쟁기업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주가를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전환해 가계소득 증대 뿐 아니라 증시도 활성화된다는 맥락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부응해 액면분할 바람이 불지 여부는 미지수다. 금융투자 업계전문가들은 별로 이를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곽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액면분할이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것도 실증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며 "기업의 본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기대감을 낮췄다.
기업 입장에서는 액면분할의 유인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배당가능성 높은 기업 21개 중 15개를 분석한 현대증권의 한 연구원은 "ETF등 간접투자의 방법도 있지만 배당을 가계소득으로 연결짖기 위해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거래활성화 차원에서는 좀 다르다"며 "일부 소비업종의 경우에는 액면분할을 하면 거래가 지금보다는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거래활성화 면에서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
배당촉진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정책에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통해 얼마나 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