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2명 연속 인하 주장‥7월에 결국 인하
[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다음 달에 바로 다수의견에 반해 소수의견으로 인하 주장이 제시된 것은 지난 카드대란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극심한 경기침체기였던 당시에 비견될 만큼 우리경제 상황을 좋지 않게 보고 있는 금통위원이 있었다는 의미다.
채권시장에서는 동결을 주장했던 다른 금통위원들 중 몇몇이 이내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9월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경제정책 등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동결 배경으로 제시했다.
9월 금융통화위원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김학선 기자> |
이는 시장의 예상을 깬 것으로 8월 인하에 이어 9월에 다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하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2000년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총 18번. 이 중에서는 연달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경우도 있다. 2001년 IT버블 붕괴 당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다.
하지만 인하 직후에 소수의견으로서 인하 의견이 등장한 경우는 2003년과 2009년 두 번 뿐이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통상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그 효과를 지켜본 후 두 세 달 후에 다시 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기 때도 한은은 7월 이후 두 달을 쉰 후 10월에 가서야 기준금리를 내렸다. 신중한 한은의 행보를 고려하면 인하 직후에 또다시 홀로 인하를 주장하기는 그만큼 쉽지 않다.
2003년 5월 인하 이후 6월에 다시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한 금통위원은 김태동 위원과 최운열 위원이다. 그리고 결국 다음 달인 7월 한은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6대 1의 표결로 기준금리를 다시 내렸다.
당시 통방은 "실물경제는 수출의 견실한 신장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으로 둔화추세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국내외 여건에 비춰 경제성장세가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실물경기보다는 새롭게 출범한 정부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2009년 3월에는 전월 50bp 인하에도 불구하고 강명헌 위원이 25bp 인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추가인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는 2003년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9월 금통위에서 인하 의견은 한 명에 불과하지만 결국 인하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NH농협증권 김지만 연구원은 "정부의 입장이 단호하고 한은도 기재부와 경기에 대한 시각이 같다고 하고 있어 언제든 기준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스탠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