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강경 대응…행정장관 출마자격 제한이 원인
[뉴스핌=김동호 기자]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시위가 점차 격화되며 파장도 확산되고 있다. 학생 시위대가 8만 여 명으로 늘며 홍콩의 금융 중심지는 마비 상태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들이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와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학생 시위대가 우산으로 진압당국의 물대포를 막는 모습을 가리키며 '우산(민주화)혁명', '제2의 천안문사태'라고 명명하고 있다.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 [출처: CNBC] |
◆ 행정장관 선거방식 개입에 홍콩 시민들 반발, 왜?
이번 시위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으로 인해 시작됐다. 홍콩은 오는 2017년 행정장관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지난달 31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 지지를 받는 애국(愛國) 인사만 출마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놨다. 이는 사실상 친(親)중국 성향의 후보를 홍콩 행정장관으로 선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야당과 학계, 시민사회 등을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반대 모임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대학생들이 가담하며 시위가 본격화됐다.
야당은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침해됐다"고 반발했으며 학계도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는 모임을 조직했다.
지난 25일에는 대학생과 중·고교생의 수업 거부가 시작됐으며, 주말을 고비로 확대되기 시작한 시위는 29일 절정에 이르렀다.
시내 17개 은행 지점 29곳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성업했던 상점들도 문을 닫았다.
◆ 중국 정부 "홍콩 시위는 위법"…언론·인터넷 통제
하지만 중국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는 위법 행위"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의 민주화 요구를 수용할 경우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티베트 지역의 분리 독립 요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위가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과 차단에 나섰다.
홍콩에서 시위가 시작된 이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시나(新浪) 웨이보(微博)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시위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의 접속도 27일부터 차단됐으며, 인터넷 업체 텐센츠의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위챗(웨이신·迷信)의 메시지도 지워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홍콩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채팅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시위대를 중심으로 하루 만에 10만명이 오프라인 채팅앱인 '파이어챗'에 가입했으며, 시위 첫날밤 파이어챗 동시 접속자 수는 3만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파이어챗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이용자가 반경 70m 안에만 있으면 블루투스를 이용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채팅앱이다.
◆ 미국·영국 등 서방국, 홍콩 시위대 지지
이런 상황 속에서 영국과 미국 등 서방 정부는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중국 정부에는 이번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까지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29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홍콩 거리로 나온 용감한 친(親) 민주주의 시위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홍콩이 시위권을 보호하고 주민들이 '법 안에서'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자유는 보통선거로의 이행을 통해 가장 잘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부는 또 '건설적인' 논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앞으로 협의 기간에 홍콩의 민주주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한 준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도 홍콩 시위대의 민주주의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본법(홍콩의 헌법격)에 따라 이뤄지는 홍콩의 보통선거를 지지하며 홍콩인들의 열망을 지지한다"면서 "보통선거와 대표 후보들에 대해 투표할 수 있다면 홍콩 지도자의 정통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홍콩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홍콩 당국에는 시위 진압 자제를, 시위대에는 평화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것을 촉구했다.
대만 정부도 홍콩 시위를 거들고 나섰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중국 당국은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