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 부채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중국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성장률 얘기가 아니다.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경상수지 흑자가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40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총재[출처:AP/뉴시스] |
눈덩이로 불어난 흑자가 글로벌 주식과 채권시장을 또 한 차례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잉 저축은 해외 자산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게 마련이고, 앞으로 10년에 걸쳐 글로벌 자산 가격을 끌어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유로존의 유동성이 가파르게 불어난 것은 해외 투자자 및 소비자들의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반면 유로존의 소비자들은 국내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대폭 축소했다. 실물경기가 하강 기류를 타는 가운데 고실업률과 소득 감소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의 2.2%에 달했다. 이는 2008년 약 2.0%의 적자를 낸 데서 대폭 호전된 것이다.
달러화를 기준으로 할 때 유로존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최근 10년간 중국이 기록한 최고치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또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유로존 역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정치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주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국 재무장관들이 유로존을 향한 불편한 속내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독일에 대한 압박이 거셀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GDP의 7%에 이른 만큼 국내 소비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번지기 시작했다.
앞서 2005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은 중국을 겨냥, 과잉 저축에 따른 폐단을 강력하게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글로벌 자산 가격을 띄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비판이 유로존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유로존의 경상수지 흑자와 ECB의 부양책이 자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미샬라 마르쿠센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유동성은 결국 위험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 연준이 긴축에 나서더라도 위험자산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