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모두 3분기 실적 하락..4분기 반전카드 '글쎄'
[뉴스핌=산업부·이강혁 기자] 올 3분기 국내 산업계 대표기업들이 줄줄이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국내 산업생산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모두 추락하면서 각 계열사는 물론 중견·중소 협력사 전반에도 상당한 여파가 미치게 됐다. 한국경제 대표산업인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부진으로 국내 저성장이 추세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다. 4분기 역시 반전카드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주요국가의 경기둔화와 중국의 급성장에 따른 경쟁심화, 환율 문제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 끝없는 추락..자동차도 부진 '무뎌진 신차 효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의 실적을 확정해 30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조1300억원 감소했다. 이달 초 가이던스보다도 400억원 줄었다. 4조원대 영업이익은 3년전 수준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스마트폰의 끝없는 추락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글로벌 경쟁심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스마트폰 사업의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매출액은 24조5800억원, 영업이익은 1조75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2.46% 급감한 수치로 지난 2분기와 비교해도 73.41%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은 7.1%로 전분기(15.6%)의 반토막에 그쳤다.
IM부문의 영업이익은 올해 들어 지난 1분기 6조4300억원, 2분기 4조4200억원 등 매분기 2조원 이상씩 감소해 왔다. 갤럭시S3 출시 이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최대 70%까지 벌어들이던 IM부문의 이익 감소 현상이 급반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소비자가전 사업도 주저앉았다. 지난 2분기에 스마트폰 부진을 메워줬던 CE(소비자가전)부문은 매출 11조6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와 비교해 1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7200억원이 빠졌다.
국내 산업계 제조역량의 핵심이자 글로벌 대표상품인 스마트폰과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모두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제조업을 이끌어가는 현대차와 기아차도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 여파가 컸다고 하지만 신차 효과마저 무뎌진 것이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현대차는 3분기 매출액 21조2804억원과 함께 영업이익 1조64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면 매출은 2.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8.0% 급감한 수준이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6.5%, 영업익은 21.0%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7.7% 수준으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이 18% 감소하며 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기아차의 3분기 매출액은 11조4148억원, 영업이익 5666억원 수준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률도 1.0%포인트 빠진 5%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에 들어서면서 원화 강세가 심화된 점을 수익성 악화의 주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내 공장의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공업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실적 발표가 코앞에 다가온 가운데 먼저 실적을 공개한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3조2635억원, 영업이익은 1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1.8%, 매출 역시 8.7% 감소했다.
제조 주요기업 중에서는 포스코가 그나마 선방했다. 철강과 에너지 부문에서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와 대우인터네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등 해외사업이 안정화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78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조2698억원으로 7.4%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 해외 생산 법인향 수출 증가로 제품 판매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대표기업들이 올해 초 세운 경영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단기간의 실적에 기대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력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당장의 숫자보다는 사업이나 기술, 상품 등 모든 부분에서 미래를 대비한 신성장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성장세 '주춤'..소비심리 여전히 '꽁꽁'
국내 소비의 중심인 이동통신사 성장세도 주춤했다. 가입자가 포화 상태인 만큼 신규 가입자 모집 보다 기존 고객을 지키는 방향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라는 게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시장이 소비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달 1일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라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통신사, 단말기 제조사 사장들과의 단통법 관련 긴급회의 모습./ 이형석 기자 |
SK텔레콤은 3분기에 매출 4조3675억원, 영업이익 5366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531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같은기간과 비교해 2.7% 줄었다. 매출은 5.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5.7% 올랐다.
매출이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이 떨어진 이유는 3분기는 가입비 인하 및 무한 멤버십 등 고객 혜택 강화 등에 따른 것이라고 SK텔레콤 측은 설명했다. 마케팅비용은 8320억원을 지출해 전년 동기 대비 0.6% 늘었다. 2분기 보다도 0.9%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중국 등 외산 단말기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4분기 이후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다. 고객 선택권을 늘리는 차원에서 외산 단말기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황수철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은 수익성 관련, “(단통법) 도입 이후 통신사의 수익이 바로 나는 것은 무리지만 고객 니즈를 확충해 나간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성도 개선되고 기업의 가치도 충분히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마케팅비용 감소에 따라 영업이익 개선세를 보였으나 매출은 줄었다. 경영실적은 매출 2조7618억원, 영업이익 1745억원, 순이익 820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7% 올랐고, 매출은 4.1% 내렸다.
다만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KT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그러나 영업활동을 잘했다기 보다는 지난 2분기에 대규모 특별 명예퇴직을 진행하면서 비용을 털어낸 것이 이익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2분기 813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 영업이익 3168억원을 점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