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부양책 발표 후 엔화 하락 베팅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영국 파운드화 급락에 베팅, 천문학적인 차익을 올리며 천재 투자가라는 찬사와 함께 세기의 사기꾼이라는 악명을 동시에 얻은 조지 소로스가 이번에는 엔화 하락에 천문학적인 수익을 냈다.
하지만 베팅의 시점이 과거 파운드화 하락을 겨냥했을 때와는 상이하다. BOJ의 움직임을 미리 점치고 선제적인 하락 베팅에 나선 것이 아니라 회의 결과 발표 후 공격적인 ‘숏’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지 소로스[출처:AP/뉴시스] |
BOJ 의 부양책 발표 후 유동성 공급 확대에 연기금의 해외 주식 매입 확대로 인해 엔화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번졌고, 실제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 7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BOJ의 회의 결과 발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109엔 선에서 거래됐던 달러/엔은 31일 부양책 소식이 전해진 뒤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14.05엔까지 뛰었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내 달러/엔이 115엔까지 오른 뒤 내년 120엔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웰스 파고 프라이빗 뱅크의 애덤 타박 대체투자 전략가는 “헤지펀드가 특히 엔화 하락에 적극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핌코의 스콧 마더 미국 최고투자책임자는 “일본의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일제히 정책자들의 목표치를 밑돌고 있어 BOJ가 더욱 큰 폭의 부양책을 단행할 수도 있었다”며 “이번 부양책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르젠텍스의 해리 애덤스 외환 전략가는 “미국 이외 선진국이 경기 부양에 중점을 두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 달러화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화 상승 및 엔화 약세 흐름에 반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뭔가 구조적인 측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엔 캐리트레이드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의 금리가 떨어지면서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푸르덴셜의 로버트 티프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엔화를 빌려 호주와 캐나다 달러화 및 이머징마켓 통화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할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급등을 연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