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 명목으로 '담뱃세'을 올리려는 데 대해 담배 피우는 서민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2000원 올려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담뱃세 인상안을 두고 최근 폐지의 위기에 놓여있는 '단통법'과 비슷한 절차 밟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담뱃세 인상 폭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10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담배에 대한 가격정책의 효과와 저소득층 흡연자의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강증진부담금(담배부담금)을 적정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다소 성급하게 담뱃세를 올리는 정부에 있다. 정부는 9월12일~15일까지 겨우 나흘간 입법예고를 하고 담배부담금을 올리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한국갤럽을 통해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담뱃세 인상 당사자인 흡연자의 반발은 상당하다. 담뱃세 인상에 대해 흡연자의 34%만이 찬성할 뿐, 62%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특히 담배의 강력한 중독성을 고려할 때 담뱃세가 올랐는데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담뱃세 인상은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담뱃세의 대폭 인상을 필두로 전기료, 수도요금, 고속도로통행료 등의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이밖에 주민세, 영업용 자동차세 등 이른바 서민세의 대폭 인상안을 심의·의결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무책임한 법안 심사와 통과를 반복하는 행위가 시장에 더 큰 혼란을 낳고 오히려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담뱃값은 평균 가격을 2500원으로 봤을 때 유통·제조원가 95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세금과 부담금으로 구성된다. 담배소비세 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 지방교육세 320원, 부가가치세 227원, 폐기물 부담금 7원 등이 그것. 이번 정부가 제시한 담뱃세 인상안은 제조 원가를 뺀 나머지 부분만 오르는 셈이다.
특히 인상 개정안을 보면 232원이 제조 원가·유통 마진 인상분으로 책정돼 있지만 이 가운데 182원은 통상적으로 소비자가격의 10%로 책정되는 담배 소매점 마진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 제조사의 보전금액은 채 50원이 되지 않는데 이마저도 개별소비세 신설로, 오히려 제조사별로 추가 감소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 제조사의 보전금액은 채 50원(4.6%) 도 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개별소비세 신설로 되레 제조사별로 추가 감소할 여지도 크다"며 "이를 제조·판매사의 수익으로 반영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발표처럼 담뱃값 인상을 통해 판매량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면 담배 제조사의 이익은 현재와 대비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 결과, 담뱃세 2000원 인상 시 담배 판매량은 약 34% 줄어들고 갑당 50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해도 담배 제조·판매사 총 수익은 약 9407억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국회예산정책처 연구를 인용, 담배판매량이 약 20%만 감소해도 제조사의 총 수익이 여전히 4623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담뱃세는 정부가 하지만 개별 담뱃값은 제조사가 결정하는데 지난 10년 동안의 제조 원가 상승과 담뱃세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분 상쇄를 위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적용해 담배소비자가격이 결정될 수 있다"며 "담뱃세가 2000원 오른다면 담뱃값은 4500원보다 높이 책정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는 "정부는 지금까지 부자감세 등으로 구멍 난 세금을 메우기 위해 세수 확보에만 치중한 담뱃세 인상안을 발표했다"며 "담배제조사들이 담뱃세에 더해 원가, 매출 감소 분을 고려해 담배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어, 실제 가격은 정부의 주장보다 더 높아질 것이며, 결국 부담은 서민들이 대부분인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