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분위기+잇따른 대작 출시…제2의 전성기 노린다
[뉴스핌=이수호 기자] 지난해 불어닥친 규제 광풍 이후 급격한 쇠락기를 맞은 국내 게임시장이 지난 23일 성황리에 폐막한 지스타 흥행을 딛고 재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편다.
지난해 게임중독법을 비롯한 규제 한파로 올해 게임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400억원 가량 감소한 9조7100억원(한국콘텐츠진흥원 추정치)에 그쳤다. 다만 게임중독법을 발의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입장을 선회하고 정치권 곳곳에서 게임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면서 내년 게임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양강'으로 불리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잇따라 대작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고 컴투스·게임빌, 4:33, 스마일게이트 등 신흥 업체가 두각을 나타나면서 게임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 예상 밖 '지스타 흥행'…규제 완화 훈풍 부나
"건전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과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용자와 업체 모두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사상 처음으로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며 흥행에 성공한 올해 지스타 덕분에 정치권의 게임 인식이 달라질 전망이다. 블리자드를 비롯한 글로벌 업체의 불참 선언으로 흥행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토종 대형사들이 기대이상의 흥행 성과를 거둔 탓이다.
<사진설명: 2014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 |
지난해 손인춘법(매출액의 1%를 세금으로 내는 법안) 공동 발의로 게임업계의 지탄을 받았던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지스타 개막식 현장을 직접 찾아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분명히했다. 서 시장은 "게임업계에 대한 어떤 규제에도 반대한다"며 이전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친게임파로 불리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스타를 판교로 끌어가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성남시는 지난 6일 지스타 유치 추진단을 본격 창설하고 부산으로부터 지스타를 뺏어오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웹보드(카드를 비롯한 테이블 게임) 규제로 극심한 대립을 겪던 NHN엔터테인먼트는 규제 완화 훈풍 속에 게관위와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게관위 역시 정치권의 게임 규제 완화 분위기로 NHN엔터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만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지난 21일 지스타 현장을 찾아 "탄압 수준의 정책을 내놓는 사람들이 지스타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고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엔씨소프트의 '클라우드'·넥슨의 '물량 공세'…"2015년은 우리의 해"
게임 규제 완화 훈풍 속에서 내년 국내 게임시장의 선두그룹은 시총 3조원대의 '게임양강'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자리하고 있다.
모바일 체제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대작 PC 온라인 게임을 고집했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 혼' 등 거액의 개발비가 투입된 신작게임에 클라우드 체제를 더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18일 김택진 대표는 지스타 프리뷰를 통해 카카오톡과 라인 등의 플랫폼 환경 하에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고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공표했다. 게임 별 IP(접속 주소)를 자체 클라우드를 통해 통합하고 개인이 하나의 아이디로 접속함으로써 국내 유저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해외 진출까지 별도의 비용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년 째 엔씨소프트의 중심 먹거리로 자리잡은 리니지 시리즈를 모바일 환경속에서 구현함으로써 플랫폼 환경에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엔씨소프트와 더불어 국내 게임시장의 또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넥슨은 올해 지스타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개의 신작게임을 선보였다. 게임 규제 완화의 훈풍 속에서 내년을 새로운 도약의 해로 정하고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 물량 공세를 퍼붓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이미 다수의 유저 층을 확보한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의 후속작을 통해 넥슨의 기존 팬층을 더욱 두텁게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피파온라인 3' 등 거액의 개발비가 투입된 다수의 대작 퍼블리싱 게임으로 내년 '게임열풍'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내 게임시장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어느 정도의 시장 파급력을 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내년 신작 출시와 더불어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외산게임의 국내시장 장악을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제는 모바일 전성시대…컴투스·게임빌·4:33 '급부상'
게임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모바일 게임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나면서 내년도 게임시장의 주축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시장 규모 2조3277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90.6%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컴투스와 게임빌이라는 전통의 강자와 더불어 신흥 강자로 떠오른 4:33이 내년도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 플랫폼인 하이브를 통해 5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컴투스-게임빌 연합군은 시총 3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게임 공룡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의 성공 신화는 '서머너즈 워'와 '다크 어벤저2'의 흥행이 비결로 꼽힌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적지 않은 개발비를 투입하며 게임의 질을 끌어 올린 덕에 글로벌 시장까지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고있다.
다수의 모바일 게임사들이 매출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는 악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모바일 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덕에 내년도 실적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끊임없는 개발사 인수를 통해 자체 개발력 증대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게임빌은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사인 와플소프트와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내년 다작을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상황이다.
한편, '블레이드'를 통해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4:33은 내년 상장을 앞두고 시총 1조원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활'와 '블레이드'를 통해 업계 메이저 회사로 성장한 4:33은 '리틀 김택진'으로 불리는 소태환 대표의 리더십 하에 신작 '영웅'의 흥행까지 일궈내며 성장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IT 기업인 텐센트가 1000억원대 투자를 진행하면서 내년 상장을 앞두고 4:33의 신작 론칭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스타 종료 등 이벤트 소멸에 따른 게임업종 주가 부진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올해는 리니지 이터널을 비롯한 모바일 플랫폼에서 신규 성장동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