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고 50조 돌파 눈앞...은행 최초 여성 부장 '어머니 같은 리더십'
[뉴스핌=노희준 기자] NH농협은행 펀드 수탁업무부를 이끌고 있는 문갑석(사진) 부장이 내년 펀드 수탁고를 6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내달 펀드 수탁고 5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문 부장은 28일 뉴스핌과 만나 "내년에는 10조원을 더해 60조원은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수탁업무부는 올해 은행 최초의 여성 부장인 문 부장을 리더로 맞아 큰 폭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펀드 수탁고가 전년 대비 7조1000억원 늘어나 48조9000억원(자체집계 기준)에 이르렀다. 조 단위로 수탁고가 늘어난 곳은 농협은행이 수탁시장에서 유일하다. 업계 순위도 3위로 한 단계 도약해 선두인 KB국민은행의 위치를 넘보고 있다.
펀드 수탁업무는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펀드에 대한 자금관리, 유가증권 등 보관관리, 펀드 기준가 산출 및 검증, 운용사 운용행위 감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운용사와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 증권 등의 판매사와 더불어 펀드 시장을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수탁사가 없으면 운용사의 이해 상충 우려가 커져 고객 돈이 안전하게 제대로 보관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 위상에 비해 일반인은 물론 같은 은행 직원들에게도 수탁업무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문 부장이 "부서 밖에다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플래카드라도 걸어놓을 생각도 했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농협은행이 수탁업무를 독립된 부서 단위에서 수행한 것도 올해가 2년 차에 불과하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에서 수탁업무의 위상이 커지는 것에 일찍 주목한 다른 은행보다 출발은 늦은 편이다.
후발주자로서 문 부장은 부동산펀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주식형펀드는 이미 대부분의 수탁사가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부동산 펀드 수탁업무는 세금 납부, 세입자 변동, 매매 관리 등 일거리가 많고 복잡하지만, 약 3년 전부터 크게 불어나기 시작한 신(新)시장이었다. 실제 농협은행도 이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농협은행의 부동산 및 특별자산 수탁고는 17조8000억원으로 금융투자협회 기준 업계 1위다.
성과의 비결에 대해 문 부장은 겸손함을 보였다. 운용사(갑)를 열심히 많이 찾아다니고 부탁한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주 작은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운용사를 다 찾아다녔다"며 "본부장이나 대표이사, 회장 등을 만나 많이 도와달라면서 밥 산다고 하면 여자에게 밥을 어떻게 얻어먹겠느냐고 하면서 많이 도와줬다"고 웃었다.
그는 특히, 김주하 행장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문 부장은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수탁업무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곳으로 인식돼 있었다"며 "하지만 김주하 행장님이 수탁업무의 중요성과 업무를 잘 알고 계셔서 직원들 고생하는 것을 많이 알아주신다"고 말했다.
실제 농협은행 수탁업무부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수탁보수 하락에도 9월 말 현재 순익으로 100억원을 거둬들였다. 절대 금액으로는 크지 않지만, 수탁업무부 인당 생산성에서 보면 은행 전체 인당 생산성의 7~8배에 이르는 성과라고 한다.
그는 은행 최초의 여성 부장으로서 보낸 올 한해가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제 역할을 못 해 여성 부장은 안 되겠다는 여론이 만들어지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란다.
문 부장은 그러면서도 내부에서는 '따뜻한 어머니'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통한다. "직원들이 다 가족 같고 젊은 직원은 자식 같다. 격식을 없애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점장 할 때도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하면 실적도 더 잘 나왔다"고 자신만의 부서 운용 노하우를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