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출신 요직 포진, "삼성생명법 등 대외업무 강화"
[뉴스핌=전선형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임원들이 대폭 물갈이 됐다. 올해 상반기에 실시된 경영진단에서 저조한 실적 등으로 지목된 조직의 임원 위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승진한 임원 중에는 기획재정부 등의 관료 출신이 다수 포진되면서, 앞으로 삼성이 일명 '삼성생명법' 등의 이슈에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생명 임원 6명과 삼성화재 임원 12명이 퇴임했다.
삼성생명은 이구종 전략영업본부 전무, 변창우 마케팅팀 전무와 최성호 경인지역사업부 상무, 박용시 강북지역사업 상무, 김삼기 법인사업부 상무, 윤태경 WM사업부 상무가 업계를 떠났다.
경인지역영업 통으로 불리던 최성호 상무는 실적부진으로 임원 연차 2년 만에 퇴임했고, PB영역 강화를 위해 SC은행에서 영입한 윤태경 상무도 3년 만에 삼성생명을 떠난다.
삼성화재는 이번에 장폴 리스크관리 총괄 부사장, 김연길 개인영업본부 부사장 두 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임원이 짐을 쌌다.
또 전무급에서는 고영창 자동차보험본부 전무(애니카랜드 대표), 최영갑 전략영업본부 전무, 박춘원 자동차보험본부 전무(삼성손해사정 대표), 여남구 준법지원실 전무가 나갔고 상무급은 권대영 수도권3사업부 상무, 이재덕 경영혁신팀 상무, 김만용 수도권 보상2팀 상무, 남영우 호남사업부 상무, 정현준 중국법인장, 강신홍 싱가포르법인장이 퇴임했다.
장폴 부사장은 9월 이전에 미리 퇴임한 상태며 김연길 부사장은 설계사 인력 충원 등의 실패로, 권대영 상무는 TM(텔레마케팅) 불완전판매 사태 책임, 정현준ㆍ강신홍 상무는 각각 법인 실적 부진의 사안에 책임을 지고 떠났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삼성금융 임원인사 중에선 기재부 등 관료출신 임원들의 고속 승진도 눈에 띈다.
삼성생명에서는 전무로 승진한 이승재 상무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 기재부 국장에서 삼성생명으로 이동해 기획담당 업무를 맡아온 이 상무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무로 승진했다.
삼성화재는 기재부 출신 임원 2명이 승진했다.
우선 기획담당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상묵 전무는 기재부 서기관 출신으로 지난 2003년 삼성화재에 합류했다. 또 기재부 출신의 금융위원회 김인 과장도 이번에 삼성화재 기획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생명·화재 측은 "이번 인사에 기재부 출신 승진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외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삼성이 '삼성생명법' 등 업계는 물론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측면으로 해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삼성 보험사와 관련된 여러 법안들이 있는데 거기에 입김을 실으려면 아무래도 관(官) 출신의 인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총자산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변경하게 되는 일명 ‘삼성생명법’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료 출신 인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