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9%보다 축소, 기업대출만 크게 늘려
[뉴스핌=한기진 노희준 기자] 은행들이 내년 대출을 올해보다 억제하기로 했다. KB국민, 우리, NH농협, 하나, 신한은행 등 빅5 은행들이 목표로 잡은 2015년 대출 증가율은 5%대로, 올해보다 많이 축소됐다.
대출잔액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출이자, 만기연장, 추가대출 등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어 사실상 신규대출은 최소한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는 경기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위험관리수준을 넘어설 것을 우려해 나선 조치다. 다만 중소기업대출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빅5 은행들의 '2015년 사업계획서 초안'에 나타난 목표 여신증가율(원화)은 11월 말 현재 은행권 전체 여신증가율(지난해 말 대비, 한국은행 발표) 7.9%보다 3%포인트가량 낮았다. 사실상 대출증가율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은행별 내년 목표 여신증가율을 보면, 우리은행은 5%로 대출자산을 11조원 늘리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5%로 약 6조~7조원을 확대해 여신규모를 올해 9월 말 기준 110조원에서 내년 120조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두 은행 모두 올해는 7%가 넘는 대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여신증가율을 올해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만 세웠는데, 9월 말 현재 지난해 대비 6.81%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2015년 여신증가율은 3~4%대로 보인다.
우리은행 모 임원은 “기본 마진을 확보하는 필요한 만큼의 자산성장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만 올해 증가분 4조8000억원(내부 전망)보다 두 배 늘린 10조원으로 잡았는데, 증가율로 보면 5% 수준이다. 외형상 대출을 늘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 한해는 내홍으로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해 이를 만회하고자 한 목적이 크다.
국민은행 모 임원은 “내년에 위험을 부담하면서 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리딩 뱅크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시장점유율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아직 내년 사업계획서 윤곽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쟁은행과 비슷한 수준이 유력하다.
이렇게 빅5 은행들의 내년 여신증가율 목표가 5%대로 비슷한 것은,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라는 점에 같은 시각을 갖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부행장은 “5% 여신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3%대로 보고 최소 마진 2%만 더해서 나온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점은 늘어나는 여신 대부분을 중소기업대출 등 기업대출이 차지하고, 가계대출은 사실상 축소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과 올 9월 말을 비교한 대출 증가율은 중소기업대출이 5.2%로 가계대출 2.4%보다 높았는데, 내년에는 중기대출을 목표를 9.5%까지 잡았다.
반면, 가계대출은 4.2%로 총여신증가율보다 못했다. 중기대출을 더 적극적으로 늘리고 가계대출은 소극적으로 하겠다는 사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은 12월이 끝나기 전에 부서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경영전략 워크숍을 열고 이 같은 2015년 경영전략을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노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