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 담뱃값 인상해도.. 원유·농산물價 하락 만만치 않아
소비자물가가 바닥을 기면서 물가연동국채(이하 물가채)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다. 물가 상승분만큼 원금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물가채에 투자했지만, 물가 반등을 기다리며 시간을 버리느니 서둘러 다른 자산군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년 넘게 1%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8%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9월(0.8%) 이후 15년 3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도 저금리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2015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나치게 긍정적인 전망이라는 비판이 속출한다. 삼성증권은 유가 하락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1.4%에서 0.9%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물가채 수익은 만기가 동일한 국고채 10년물 수익과 비교하면 서너배 낮다. 지난해 국고채 10년물 수익은 연 11.425%에 달했다. 그러나 물가채 수익은 13-4의 경우 연 4.17%, 11-4는 연 4.35%, 10-4는 연 2.82%와 7-2는 연 1.62%에 그쳤다. 13-4호는 지난 2013년중 기획재정부가 4번째로 발행한 국고채를 말한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물론 지난해 3월경 물가채 가격이 잠시 반등하기도 했다. 연초 물가 상승 기대가 확산되고 비과세 상품이 품귀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확인되지 않아 이내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기업은행 PB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한창 물가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도 고객들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물가채를 투자 유망 종목으로 고려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해부터 담뱃값이 80%가량 인상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으나 이를 상쇄하는 물가 하락 요인이 상당해 물가 상승률은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올해부터 발행되는 물가채에는 비과세 혜택마저 없어 그간 절세를 노리고 유입됐던 수요마저 끊기게 되는 상황이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해 평균가격보다 30% 가량 하락할 것이며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지수 상승 효과(0.66%p)를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4년 담뱃값 인상 때도 나머지 품목 가격이 하락해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또한 물가 지수에 가중치가 높은 농수산물 가격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으나 유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해 향후 물가 상승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연구원은 "농수산물 가격은 한-미, 한-중 FTA 체결 이후 값싼 수입 유통물과 국산과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구조적인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도 "담뱃값이나 교통요금 인상이 변수가 될 순 있어도 물가 방향성은 아래"라며 "담뱃값 및 교통비 인상 효과를 1%p 정도로 예상하는데 현 물가 수준이 너무 낮아 정부의 2% 전망치를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물가채 시장 거래 자체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가격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물가채는 헤지 수단이 부족해 매수·매도 거래 참여자들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물가채 투자가 작년까지 발행된 비과세 혜택이 있는 물량을 만기 보유하는 것에 국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명목국채에 투자를 하거나 은행 후순위 채권 등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국채는 안전자산에 가까운 편이고 신용등급대비 금리가 높은 편이라 투자하기 나쁘지 않다"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물가채에 투자하느니 높은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명목국채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