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효주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쎄시봉’ 제작보고회에서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뉴스핌=장주연 기자] 이번 주 영화계를 달궜던 이는 단연 배우 한효주(28)다. 동생이 연루된 사건으로 신작 개봉을 앞두고 제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쎄시봉’(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제이필름·무브픽쳐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김현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김희애, 장현성, 정우, 한효주, 강하늘, 진구, 조복래 등이 참석했다.
제작보고회장은 여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쎄시봉’ 듀엣 트윈폴리오의 정우, 강하늘, 조복래를 비롯해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김윤석까지 하나 돼 쎄시봉 노래를 부르며 추억에 잠겼다.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박수도 몇 차례나 쏟아졌다. 극중 쎄시봉의 뮤즈를 연기한 한효주 역시 “국민 첫사랑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제작보고회 관련 기사가 쏟아지면서 한효주는 쎄시봉의 뮤즈에서 대중의 먹잇감이 됐다. 그가 공식석상에 등장하면서 ‘한효주 동생 사건’이라고 알려진 김 일병 사건이 다시금 불거진 것. 한효주에게는 악성 댓글들이 쏟아졌고 이는 ‘쎄시봉’ 평점 테러로까지 이어졌다. 대중에게 이미 그는 ‘배우’ 한효주가 아닌 김 일병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한 중위의 누나’ 한효주였다.
김 일병의 아버지 김경준 씨의 인터뷰 내용(왼쪽)과 김 일병의 학교에 붙은 대자보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
김 일병 사건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여름 군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명문대 학생 김지훈 일병이 자살했다. 일각에서는 김 일병이 장교로부터 잦은 질책과 과도한 얼차려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유족은 가혹행위 혐의로 사건의 핵심 가해자 한 중위를 고소했다. 하지만 군 검찰은 “육체적 가혹행위라 보기 어렵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당시 이 사건은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전파를 탔고, 김 일병의 아버지인 김경준 씨는 “부대에서 들리는 이야기가 있지 않으냐. 부관이 괴롭혀서 지훈이가 죽었다는 것이 부대에 쫙 퍼진 내용이었다”며 아들의 자살이 구타 및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일병이 다니는 학교에는 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대자보가 붙었다.
한효주를 향한 네티즌들의 날 선 시선은 시작된 것은 이때부터다. 즉, 이번 평점 테러가 처음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한효주의 남동생이 처벌은커녕 진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리고 급기야 한효주의 활동에 제동을 걸고 나서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포털사이트 다음 청원 게시판 아고라에 한효주의 광고 퇴출 서명 운동도 벌어졌다.
공군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한효주의 모습(왼쪽)과 영화 ‘쎄시봉’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던 한효주 [사진=MBC ‘섹션TV 연예통신’ 방송 캡처, 뉴스핌DB] |
더군다나 지난 2007년 공군 홍보대사로 활약했던 한효주는 각종 행사에 참석, 노래와 윙크 등 팬서비스를 선보이며 “아버지가 공군이셨다. 현재 동생이 공군 장교로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친숙하다”면서 “동생이 좀 더 군 생활을 편하게 하지 않을까 한다”며 동생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또 자랑스럽게 해오지 않았던가.
실제 네티즌들은 “잘될 땐 공군의 딸이자 누나, 공군 집안, 공군홍보대사. 일 터지니 가족이고 뭐고 없던 일인 양”(015강********),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 가족이 TV에 나와서 스타 대접받고 웃고 떠드는 걸 보는 게 얼마나 지옥일까요?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가해자나 그 가족의 활동은 제한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chin********),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게 먼저입니다. 한효주 씨 이제 당신이 나오는 건 그 무엇도 안 보렵니다”(rlaa********)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평점 테러를 겪고 있는 영화 ‘쎄시봉’ [사진=네이버 영화 캡처] |
다만 문제는 대중도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점이다. 김 일병 사건의 사건은 본질적인 문제는 국방부와 관련 군인들에게 있다. 그런데 지금 비난의 화살과 그 초점은 오로지 한효주에게 몰려있다.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사건이 불거진 후 공인으로서 그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긴 하나 한효주에게만 몰린 비난 역시 문제가 있다는 거다.
더욱이 해당 사건을 그의 영화 평점 테러로 몰고 가는 것은 대중들의 섣부른 판단이자 감정적인 행위다. 실제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을 보면 ‘쎄시봉’은 3.19점으로 최하점수인 1점이 주를 이룬다. 네티즌의 의견은 하나같다. “한효주 나와서 안봄(am26****)”, “한효주 때문에 영화 안 볼 거다”(flow******), “영화 보지 말기 운동합시다. 아무리 한효주가 잘못이 없어도 자기 동생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바로 나오는 건 아니지”(ramm*******) 등 한효주 출연이 평점 테러의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사 쪽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영화 자체로 평가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을 아끼는 한편, 추후 한효주의 프로모션 일정 참석에 대해 “개봉이 다음 달이다. 그래서 한효주 씨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이 스케줄을 조율 중인 상황이라 확정된 게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효주(정확히 말하면 동생)의 잘못을 떠나서 영화는 한효주만의 작품이 아니다. 한효주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개봉일도 확정되지 않은 영화의 평점 테러를 가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이는 영화를 위해 고생한 감독, 스태프, 다른 배우들의 노고 역시 무시하는 행위다. 대중의 의도는 알겠으나 원색적인 비난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낳는다는 사실을 잊진 말아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