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광고제한 법안 국회 처리 지연.."건강증진법 개정해 청소년 보호해야"
[뉴스핌=김지나 기자] 청소년이 각종 술광고 등 음주를 부추기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관련법은 제정 20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정되지 않고 있다.
8일 국회와 관련부처 등에 따르면 청소년을 상대로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한 술광고와 학교 근거리 술광고를 일정수준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강동원 의원과 이에리사 의원, 문정림 의원 등이 각각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내달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강동원 의원은 청소년에게 방송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주류광고를 금지하는 내용 등으로, 문정림 의원은 보육시설·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50m 범위 내에서 주류광고 및 인터넷을 통한 주류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중학교 1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 동안 1잔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지 조사한 결과, 10명 중 2명(16.7%)이 음주 경험이 있었다. 남학생은 5명 중 1명(20.5%), 여학생 10명 중 1명(12.6%)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10명 중 1명(7.9%)은 고위험 음주에 속했다. 한 달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중·등도 이상(남자: 소주 5잔 이상, 여자: 소주 3잔 이상)을 말한다.
청소년 음주율은 2011년 20.6%, 2012년 19.4%, 2013년 16.3%로 감소 추세이지만 현행법(청소년보호법 제26조)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의 판매 및 음주가 금지돼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이 음주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우리나라는 유교문화 영향으로 술에 대해 어느 수준 관대한 편”이라며 “청소년 에게 금주교육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 달에 소주 한잔이라도 한적 있다고 답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청소년 음주는 향후 성인 시기에 음주습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청소년 음주예방을 위한 정책과제'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음주행동은 성인기의 알코올 사용장애 및 알코올 의존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의 음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을 겨냥한 현행 주류광고를 제한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청소년이 음주장면을 접촉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가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음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제도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음주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TV에서 술광고 제한시간도 현실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텔레비전에서 술광고는 7시부터 22시까지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야간부터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에는 법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소년흡연음주예방협회 관계자는 “중고등학생들이 학원에서 늦게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밤 10시경”이라며 “그 시간대부터 주류광고가 허용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터넷, 라디오, IPTV 등에서 술광고 허용 수준을 현재보다 제한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상반기 중에 입법예고 할 예정”이라며 “다만, 광고를 제한하는 시간은 현재와 동일한 7시에서 22시까지”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나 기자 (fre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