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금지령 해제하려면 지침 내려와야"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발언에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암묵적으로 내려졌던 공직자 골프 금지령 해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골프를 치라'는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누가 칠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와 함께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살펴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통령이 프레지던츠컵을 앞두고 골프라는 스포츠를 활성화하라는 주문이지 골프금지령을 해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 앞서 각 부처 장관들과 티타임을 하다 골프 활성화를 언급했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고위공무원 A씨는 "(대통령의 발언이)골프를 쳐도 된다는 말로 해석은 되는데 누가 칠 수 있겠느냐"며 "진짜 공직사회에 골프해제령을 내리려면 지침이라도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5회 국무회의에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골프활성화를 주문했다. |
관가에서는 설사 대통령이 골프금지령을 해제해도 골프를 치는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일부 참모들이 박 대통령에게 '골프를 치도록 허락해 달라'고 몇 차례 공개 제안했을 때 박 대통령은 "금지한 적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골프 칠 시간이 되느냐"는 식으로 답변했다. 이로 인해 암묵적 골프 금지령이 이어져왔다. 여기에 소위 '김영란법'까지 제정을 앞두고 있다.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B서기관은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골프가 고급스포츠이고 실제로 골프를 치려면 캐디비, 카트비 등으로 돈이 많이 드는 상황에서 김영란법까지 통과될 경우 공무원 월급으로는 사실상 골프를 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고위공무원들은 공직생활 중에 해외유학 등으로 통상 5년 정도 해외에서 생활을 하는데 이때 골프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골프가 이미 대중스포츠화가 돼서 입장료를 10달러 정도만 내서 칠 수 있는 곳도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 골프는 한번 치려면 1인당 20만~30만원 드는 비싼 스포츠다. 공무원이 자기 돈 내고 골프치기는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
한 고위공무원은 "골프를 치라는 말은 아니다"며 "골프를 치라고 독려하는 말은 아니고 프레지던츠컵 행사를 계기로 골프라는 스포츠를 활성화하자는 말이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C국장은 "대통령이 골프를 치라고 말했다기보다는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골프 같은 고급 소비문화도 활성화하자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공무원에게 골프를 권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 시장과 자주 접해야 한다. 사람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술을 마시는 것보단 골프를 치는 게 건전하고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세종청사로 옮긴 후 민간과 소통이 줄어 섬처럼 느껴진다는 게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골프를 치는 게 죄가 아닌데 골프 치는 공무원들이 죄의식 속에서 혹시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골프를 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