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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려향(麗響 아름다운 소리)김애란

기사입력 : 2015년03월09일 16:56

최종수정 : 2015년03월09일 16:56

 

개비(甲). 대를 이어 국악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은어다. 국창급 명창들은 대다수가 개비출신이다(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 정재근-정응민-정권진 등). 개비가 아닌 비개비(非甲)들은 개비들만이 갖는 DNA의 절대영역을 인정한다. 비개비들이 아무리 특출하다 해도 개비들만이 갖는 특정 음역(또는 재능)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국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진도(珍島). 보배 같은 남쪽 섬이다. 진도는 ‘개(犬)새끼도 문화재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악의 보물창고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 씻김굿.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다시래기. 전라남도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 북 놀이 등이 그것이다.

서울에서 아침 밥 일찍 먹고 쉬엄쉬엄 남쪽으로 달려가다 보면 하얀 햇살이 머리 위에 있을 즘 울돌목에 도착한다. 울돌목. 한자로 명량(鳴梁)이다. 커다란 바위가 운다는 뜻이다. 그만큼 물살이 세다는 뜻이기도 하다.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께서 왜적 330척을 맞아 싸워 이긴 곳이다. 이 명량대첩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생존해 있다. 울돌목 근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맛깔스럽게 해결한 후 진도 향토문화관으로 이동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진도의 토속문화가 무대에 올려 진다. 진도 토속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나라 남도소리의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려향(麗響). 아름다운 소리라는 뜻이다. 서울 종로 낙원상가 근처에 있는 국악전문 휴식공간이다. 진도사람들이 서울 나들이를 하면 꼭 들리는 집이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진도사람들이 진도 특유의 굿판을 벌린다. 이 휴식공간의 주인이 이번 인터뷰 대상이다. 이름은 김애란이다.

김애란은 진도의 개비 출신이다. 고종 4촌 오빠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다시래기 보유자 강준섭이다. 외삼촌 강현복은 광주에서 판소리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모 김계화 역시 김소희, 박귀희 등과 함께 수학한 판소리꾼이다. 전형적인 개비 출신인 것이다. 진도의 개비출신인 만큼 몸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이 국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야금, 괭가리, 장구, 북, 징 모든 국악기를 다룰 줄 안다. 춤도 잘 춘다. 살풀이, 화관무, 오고, 교방춤, 입춤 등 못하는 것이 없다. 목도 좋다. 애원성이 깊은 목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요즘 보기 드문 만능 예능인이다.

김애란은 1958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우리나라 모두가 그렇듯 김애란 가족은 먹고 살기 위해 소리꾼인 고모 김계화를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부산 토성초등학교, 남성여자중학교, 남성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소리는 12살 때부터 고모에게서 배웠다. 새벽녘 고모의 손을 잡고 소금을 먹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고모는 “바위에 대고 질러라.”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것을 우려해서 한 말이다.

그렇게 알음알음 소리공부를 하다 시집을 갔다. 깨소금 같던 결혼생활은 얼마가지 못해 파탄이 났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천화(遷化 이승을 버리고 저승으로 감)한 것이다.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일본 공연이었다. 소리면 소리, 악기면 악기, 춤이면 춤, 안 되는 것이 없는 김애란에게 일본 도쿄 공연은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2년 간 6개월짜리 공연비자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도쿄 술집에서 공연을 했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컸다. 하루저녁에 서너군 데의 술집을 오가며 소리하고 춤을 췄다. 간혹 자존심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벌이가 괜찮아 참고 견뎠다. 일본 공연 생활을 마친 후부터는 회갑 잔치 등에 출연했다. 한 번 출연에 평균 40만 원 상당의 사례비를 받았다. 그러나 잔치 집에서 술잔 돌리며 돈 받는 것이 싫었다.

종로 낙원상가 인근 려향(麗響)에 가면 맛깔스러운 남도소리를 만날 수 있다. 방문객이 괭가리, 징, 북, 장구를 마음대로 치며 우리 것을 체험할 수 있다. 게다가 김애란의 애원성 넘치는 남도소리를 음향기기 없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요즘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처음에는 국악을 접한 경험이 없어 서먹서먹해 했지만, 직접 우리 악기를 치고 불다 보니 친근감이 생겨 아는 지인들과 함께 오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한다.

종로구 인사동, 익선동 일대는 국악학원, 국악기 상가 등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당국의 느슨한 행정 탓에 '게이바'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국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300여 개는 족히 될 것이라고 한다. 덩치 큰 남자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오빠!”하며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라의 얼이자 혼인 국악이 국악로 일대에서 마저 뒤로 밀려나고 있다. 그 자리에 음습한 '게이 문화'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국악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 녀를 보면 애처롭기 까지 하다.

인터뷰 말미에 국악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부탁했다.

“예술을 예술로 하지 않고 상술로 하고 있는 제가 밉습니다. 그러나 뼛속까지 들어 있는 우리 소리, 춤, 기악이 좋아 생계형으로 국악을 하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는 다소 팍팍하더라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생계수단으로 하고 있어 지금이 행복합니다. 가끔 진도에서 올라오신 분들이, 국악 전문인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와 굿판을 벌이면 그렇게 신날 수 없습니다. 국악을 모르는 분들이 많이 찾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국악을 좋아 하지 않는 분들도 일단 국악을 직접 접해 보면 생각과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판기식 커피를 마시면서, 냉수를 마시면서, 유투브에 올라가 있는 국악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국악 이야기를 하다 보니 주말 오후가 훌쩍 지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국악이 아직은 국민들로부터 예전처럼 사랑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려향(麗響)과 같은 곳이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작동한다면 국악의 대중화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올 가을 진도 국악대회에서 그 녀가 원하는 성적을 거두길 비는 마음을 담아 배웅하고 나니 봄을 재촉하는 바람이 가슴을 쓸었다.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02-794-8838,  sm29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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