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러시아·멕시코·브라질 등 알짜 국가 한국 꺼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지난 10여 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목에 찬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 EU 등에 이어 중국과의 FTA를 사실상 마무리 해 '빅3'와의 무역에서 관세 장벽을 제거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FTA가 문제다. 우리 기업들이 체결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대부분 우리나라와의 FTA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영토를 더욱 넓히고 무역장벽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자원부국' GCC·러시아 개방의지 약해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향후 FTA 추진대상으로 걸프협력회의(GCC, 중동 6개국)와 멕시코, 유라시아경제연합(EEU, 러시아 등 3개국), 남미공동시장(MERCOSUR, 브라질 등 4개국)을 꼽았다(표 참조).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하지만 중동 국가들과 러시아 등 자원부국들은 우리나라와의 FTA 체결에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편이다. 교역품목이 원유 및 석유제품 등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자국의 산업이 아직 성숙하지 못해 FTA 체결로 자칫 시장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있다. 이에 중동국가나 러시아 모두 이해관계가 비슷한 주변국가들과 경제협력체를 구성하고 타지역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을 계기로 GCC나 중동국가와의 FTA 추진을 내심 기대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국가들은 석유가 주요 수출품인데 우리나라에 대해 아쉬운 게 별로 없는 국가들"이라며 "우리는 FTA를 원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다른 형태의 협력을 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멕시코·남미 '한국 경계령'…남미공동시장 '불모지'
우리 기업들이 FTA 추진을 바라는 멕시코나 남미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남미대륙의 경우 태평양연안지역과 대서양연안지역이 확연하게 엇갈린다.
칠레와 페루, 콜롬비아 등 태평양연안지역 국가들과는 우리나라와 이미 FTA를 체결한 반면, 대서양을 끼고 있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 국가들은 불모지나 다름없다(그림 참조).
이들 국가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같은 대국을 비롯해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대체로 좌파정권이 강세를 띠고 있는 국가들이다.
특히 한국이 '제2의 일본'이라는 경계심리가 강해 시장 개방에 소극적이다. 과거 일본기업들은 70년대 이후 중남미에 진출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며 이들 국가에 깊은 피해의식을 안겨준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남미 국가들이 한국이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면서 "FTA를 통해 시장을 개방하는데 조심스러운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급한대로 에콰도르와의 FTA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두 차례의 공청회를 마쳤고 경제적인 타당성 검토도 거의 끝난 상태여서 이르면 상반기에 FTA 추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미공동시장에 비하면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공동시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정부의 과제다.
이에 대해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산업계가 꼽은 FTA 체결 희망국가들 대부분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정부는 신통상 로드맵에 맞춰 국익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 추진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