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친박게이트", 검찰 "메모 작성 경위 조사"
[뉴스핌=한기진 강필성 기자] 자원외교 비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거액을 제공했다는 정권 핵심 인사들의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이름이 오른 여권 실세 8인방은 "사실무근"이라며 한결같이 금품수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자살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허태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각각 7억 원과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견된 시신에서는 여권 실세 8인방의 금품수수 정황을 담은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됐다.
이 메모지에 담긴 ‘성완종 8인방’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병수 부산 시장,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이다.
이중 5명은 이름과 금액이 함께 써있었고 이병기 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금액 없이 이름만 기재됐다. 또 서병수 부산시장의 경우에는 이름 없이 부산시장이라고만 적혔다. 특히 김기춘 전 실장의 옆에는 ‘2006.9.26’이라고 쓰였다.
현재 이들은 모두 금품수수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먼저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야말로 황당무계하고 사기적인 허위사실”이라며 “나는 그날 한국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허태열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인터뷰에서 2007년 경선 당시 본인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유정복 인천시장 역시 대변인을 통해 “시장께서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원 한푼 받은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말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에 들어와서 만난 사람인데 돈을 받을 그런 인간관계가 아니다”라고 부정했고 홍준표 지사는 “돈을 받을 정도로 친밀감이 없다”며 “측근을 빙자해 누가 접근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서병수 시장도 “전혀 얼토당토않은 얘기”라며 “금품을 건낼만한 일을 한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 외에 금액 없이 이름만 적힌 이병기 실장과 이완구 총리 역시 의혹을 강력히 부인 중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8인방이 모두 금품수수 의혹을 부정하고 있지만 이번 리스트의 파장은 점차 커질 조짐이다. 무엇보다 19일 남은 4.29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진태 검찰총장이 성완종 회장의 메모지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불러 "메모지의 작성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결과를 보고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현 정권의 유력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성 전 회장의 메모를 두고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려 했지만, 취소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한 언론사와 인터뷰 내용도 전체적으로 파악이 안됐다”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당장 4·29 재보선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의 신빙성이 밝혀지지 않아 정치적으로 악재라고 얘기하기도 좀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친박게이트'라고 규정하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지도부는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친박게이트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번 사건이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나라가 걱정이다.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야당의 책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친박게이트 대책위원장에 전병헌 최고위원을 임명하고 다음 주부터 열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진상 파악을 위한 질의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검 요구 등 추가 대응은 검찰 조사를 지켜본 후에 대응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현 정권의 비서실장 3명이 연루돼 있는 등 정권실세라는 분들이 거의 빠짐없이 망라된 사건을 검찰이 잘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는 상식적인 의문이 든다"면서도 "지금은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서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