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시험에 9만명 응시..세계사 문제 많고, 시각적 사고 문제 "어려웠다"
[뉴스핌=추연숙 기자] “상식은 어느정도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면 쉬웠을 것 같아요.”/김 모씨(27세, 여))
“시각적 사고가 멘붕('멘탈 붕괴'라는 뜻의 은어)이었어요. 문제집에서 못 본 유형이던데요.” /최 모씨(27세, 남))
12일 오전, 상반기 삼성에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삼성그룹 대졸(3급)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렀다.
특히 이번 SSAT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마지막 삼성고시'라고 불리며 더욱 절박한 마음으로 임한 시험이었다. 삼성은 올 하반기부터 채용 방식을 바꾸기로 해, 수 만명 규모가 응시하는 SSAT는 사실상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날 SSAT 고사장 중 한 곳인 서울 단대부속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고 나온 응시자들은 대체로 전 영역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쉽게 출제돼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전년부터 어려운 영역으로 평가된 '시각적 사고' 영역은 이날도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다.
이번이 두 번째 SSAT 응시라는 최 모씨는 "마지막 SSAT라 어려울 것 같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예상보다 쉬웠다. 잘 친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SSAT로 변별이 안되면 서류전형 때 냈던 자기소개서를 많이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 시험이 실시된 12일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 "시각적사고 어려워…나머지는 평이"
이번 SSAT에는 기존 기출과 마찬가지로 언어·수리·추리·시각적 사고·상식 등 5개 영역에서 150여개 문제가 출제됐다. 전반적으로 기출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쉬운 문제가 출제됐지만, 시각적 사고 영역이 어려웠다는 응시자들이 많았다.
이번에 SSAT에 처음 응시했다는 장 모씨(24세)는 "시공간 지각능력을 묻는 문제에서 지금까지 봤던 문제집들과는 유형이 아예 달랐다"며 "시각적사고에서 당황해서 페이스 조절을 못할 뻔 했다"고 말했다.
이 모(27세)씨는 "수리나 상식은 기출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은 느낌인데, 시각적 사고는 어려웠다"며 "공간 감각이 없는 편이 아닌데도, 전혀 상상이 안되는 복잡한 육면체 그림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논리적 사고력을 묻는 문제로는 '데스크탑:노트북=():캠핑카'에서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묻는 문제도 있었다.
응시자들은 고사장을 나서며 기출과 비슷해 문제를 풀 만했다는 의견을 서로 나누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 상식은 변별력 낮을 듯…"역사도 무난한 편"
취업준비생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 준비하는 상식 영역에서는 비교적 쉬운 문제가 출제됐다는 평가다.
빅데이터, 핀테크, 체리피커, 레몬마켓, 블루오션, 블랙프라이데이, 노벨상 관련 힉스입자 등, 취업준비생들이 보는 상식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워드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올해 당락에 중요할 것이라고 알려졌던 역사 영역도 문제 수는 많았으나, 난이도는 무난했다고 응시자들은 입을 모았다. 역사 문제는 작년 하반기와 비슷하게 30% 정도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SSAT에 두 번째 응시했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시험을 준비해왔다고 밝힌 한 모(28세)씨는 "세계사에서 꽤 많이 나온 느낌이다. 세계사는 범위가 넓어 많이 못보고 와서 아쉬웠다"며 "한국사는 고등학교 국사 수준이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고 전했다.
세계사에서는 비교적 꼼꼼하게 지식을 숙지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는 평가다. 분서갱유, 2차 세계대전 전쟁 순서를 묻는 문제, 고대 헬레니즘 문화, 아편전쟁에 대해 묻는 문제가 나왔다.
한국사에서는 고조선시대 유물과 서적, 삼국시대 불교 수용, 고려시대 태조 왕건, 조선시대 홍문관, 사간원, 사헌부, 승정원, 임진왜란, 정약용 등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됐다. 기존 기출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응시자들의 주된 반응이었다.
삼성그룹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 시험이 실시된 12일 서울 대치동 단대부고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 삼성전자 신제품 몰라도 됐다…SSAT 통과 여부는 이달말께 발표
마지막 SSAT에는 삼성전자 신제품에 대해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하반기에는 갤럭시노트 엣지, 갤럭시 기어 등과 삼성전자 제품과 관련된 지식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던 것과는 달라진 출제 경향이다.
SSAT가 삼성 전 계열사 지원자들이 공통으로 치르는 시험인 만큼,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문제는 최대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 두 번째 SSAT에 응시했다는 김 모씨(25세)는 "이번에 갤럭시S6나 액티브워시 등 삼성전자 최신 제품과 관련된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많이 준비했는데, 나오지 않아 허탈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단대부고에서는 60여개 교실에서 약 30명씩 총 1800여명이 시험을 치렀다. 응시율은 개별 고사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 90% 정도는 자리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SSAT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17개 계열사에서 공통으로 보는 시험이다. 삼성 측은 응시자 수와 선발인원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10만명)보다는 10% 가량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올 상반기 4000명대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등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삼성은 이달말쯤 SSAT 합격자를 발표하고, 이후 임원면접과 직무역량면접을 거쳐 오는 6월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추연숙 기자 (specialke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