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상 타결 위해 공공기관 임금인상분 50% 올려주기로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방만경영 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큰소리 치던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저버렸다. 미이행기관임에도 노사협상 타결을 위해 올해 공공기관 임금 인상분의 50%를 올려주기로 했다.
이에 공공기관 정상화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버티면 정부가 물러서는 선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 시작한 1단계 공공기관 정상화계획 완료가 늦어지고 있다. 전체 302개 공공기관 중 290개 기관(96%)이 방만경영 정상화계획을 이행했지만 13개 기관(4%)은 아직이다.
서울대병원 등 11개 국립대병원을 비롯한 총 13개 기관(수리과학연구원은 부설기관으로 302개에는 미포함)이 노사간 갈등 속에서 방만경영 개선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기재부는 지난 1월16일 열린 제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이하 공운위)에서 지난해말까지 방만경영 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13개 기관에 대해 원칙대로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또 올해 6월말까지 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 임금도 추가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지난 3월6일 열린 제4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교육부와 공운위원들은 미이행기관에 대해 공공기관 임금인상분의 50% 정도 임금을 인상해서 노사협상 타결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견들을 내놨다.
한 위원은 "임금인상을 대략 50% 정도 한다면 어느 정도 기한을 못 지킨 것에 대한 원칙도 지키면서 앞으로 노사간의 다른 타협에 모멘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신익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정부쪽에서 추가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모멘텀만 제공해주면 나머지 병원들도 조금 더 속력을 내고,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회의를 주재한 방문규 기재부 2차관도 적극 동조했다.
회의록을 보면 방문규 차관은 "어느 정도 끝까지 타결을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4월까지 이행을 하는 경우에는 50% 복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공운위원들이 현장에 가보고 현실을 고려해서 임금 50% 복원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사협상 타결을 앞당기기 위해 임금 인상을 제시한 것은 원칙을 벗어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강성노조에 사실상 정부가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13개 기관 노조는 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임금동결 지침이 노사의 자율적인 교섭 여지를 완전히 박탈해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방만경영 해소보다 노조와의 갈등이 클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중심으로 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임금인상 허용은 노조에 굴복하는 선례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금동결은 굉장히 큰 패널티이고 공공기관 임금인상분 3.8%의 50%(약 1.9%) 임금 인상해주는 것이 크게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