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엇박자 통화정책 불안…"연준 투명성 높여야"
[뉴스핌=배효진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어긋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뿌려 온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AP/뉴시스>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영란은행(BOE)은 이미 대규모 자산 매입프로그램을 종료한 데 이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1분기 경제성장과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지만 가파른 개선세를 보인 고용지표에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하다. 영국도 1분기 성장률이 소폭 후퇴했지만 올해 또는 내년 중반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완화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ECB는 유럽 경제 회생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매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ECB 양적완화는 내년 9월까지 예정돼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완화기조가 뚜렷하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2% 물가 목표치 달성이 요원한 탓에 추가 부양 가능성도 솔솔 피어오르고 잇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고조된 경제성장세 둔화 우려에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췄다. 기준금리는 최근 6개월 새 3차례 떨어졌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지급준비율이 종전 19.5%에서 18.5%로 인하됐다.
FT는 이처럼 주요국의 통화정책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생각보다 부진한 경제지표 탓에 기준금리 조기인상에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금리를 급하게 올릴 경우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전반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호세 비냐스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정책 및 자본시장 부문 디렉터는 "미국 금리인상은 해외로 떠났던 투자자들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요인"이라며 "투자자 유출로 인한 유동성 경색에 신흥국 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퍼 긴축짜증'은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언급한 당시보다 더욱 큰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비해 각국이 정책적 공조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 감시자들은 정책 공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연준과 ECB 등 통화정책 기구들은 해당 지역에 부합하는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해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환율 정책을 협력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 찰스 이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고려해 환율을 결정할 수 있는 합의된 모델이 없다"며 "모델 구축을 위한 의견 수렴과정에서 막대한 정치적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연준이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신흥국의 일부 중앙은행 당국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보다 연준의 불투명한 정책방향과 태도에 따른 혼란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분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교 경제학 교수 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신흥 시장을 위한 국제적인 보험 기구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FT는 IMF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대출한도를 증액하는 데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말 IMF가 제시한 쿼터 개혁안에 반대했었다. 당시 IMF는 재정을 7200억달러로 기존의 두 배로 늘리고 신흥국 지분율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는 자국이 부담하는 공여액은 증가하는 반면, 지분율은 17.4%로 1.9%p 떨어져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로 비준을 거부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