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빠른' 월지급식펀드 시장 선점 전략
[뉴스핌=박민선 기자]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이 고령화,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월지급식펀드에 대해 언급하는 횟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끄는 그의 '투자 조언'이 더구나 성장이 정체돼 있는 월지급식펀드 시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살만한 일이다.
국내에 출시된 월지급식펀드는 총 50여개에 불과할 만큼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장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나 인구 경제학의 패러다임 변화와 1%대 저금리 시대의 현실화를 감안한다면 향후 5~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역시 월지급식펀드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는 유 사장의 판단이다.
특히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월지급식펀드가 전체 공모펀드 시장 중 차지하는 비중이 50% 가량에 달한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해 한국투자증권 문성필 상품전략본부장은 "한때 적립식 펀드가 유행한 것은 30~40대가 재산을 축적하고 자산을 형성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구조이고 지금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점차 은퇴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서 원금을 안정적으로 수령하는, 적립에서 인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가 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목원금 보존에 집중된 저축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게 되며 장기로 갈수록 실질 소득 감소가 심화될 것"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이미 체감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 접어들어 예금으로는 실질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한다면 연간 6% 수준, 매월 0.5% 가량의 수익률 배당이 가능한 상품들에 대해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변화라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월지급식펀드가 부동산이나 연금보험, 월지급식 ELS 등과 비교하더라도 원금 회복력이 높다는 점, 언제든지 환매 신청이 가능해 환급성이 높다는 점 등은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어떤 금융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필수다. 초기와 달리 월지급식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급격히 사그러든 주된 이유 역시 좋지 않은 수익률 때문이었다.
문 본부장은 "월지급식펀드 자체가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주식 가운데에는 배당수익률만 5% 이상인 것들도 많아 이들을 위주로 주식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고 고금리 채권으로 변동성을 낮춘 안정적 상품들을 선별해 고객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의 한 PB센터 부장도 "고객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특정 자산으로 쏠림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월지급식펀드를 일부 편입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며 "원금 손실이 있는 상품보다는 원하는 수익을 만들어내고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글로벌 배당인컴 등의 상품을 위주로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월지급식펀드가 본격적으로 정착하려면 사람들의 인식이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역모기지가 원금을 갉아먹는 방식이듯 펀드도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다만 운용이 잘 됐을 경우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메리트로 인식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